곽남현 북부공원사업소 공원조성팀장
▲ 곽남현 북부공원사업소 공원조성팀장

<산경표>에 의하면 인천의 한남정맥 구간 소래산과 주안산(현재 만월산)사이에 '성현(星峴)'이라는 지명이 기록되어 있는데 '별고개'로 해석된다.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고, 어디쯤 인지 궁금하여 향토역사 자료를 살펴보았다.

대동여지도(1861), 동여도(19세기), 인천부읍지(1871) 등 고지도에 당시 읍지(관교동)에서 한양으로 이르는 부천방향의 길목에 표기되어 있는데, 현재 수현부락 뒤로 넘어가는 '비루고개'가 그 지점인 듯하다.

향토사학자에 의하면 '생이별하던 고개'라는 뜻으로 '별리현'으로 불려왔다고 하는데, 한자로 표현하다보니, '성현'으로 표기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 고개는 한양에서 능허대에 이르는 길목으로서 멀리 중국사신으로 떠나는 지아비와 이별하는 장소였다고도 한다.

가족은 성현까지 배웅을 하고 지아비가 삼호현고개에 다다르면, 성현고개에 있는 가족을 돌아보며 "여보! 잘 다녀오리다."하고, 세 번을 소리치며 이별의 슬픔을 나누던 고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남정맥 성현고개와 문학산 삼호현 고개는 '포구의 이별'이라는 슬픔의 스토리텔링이 담겨진 상징적인 장소로 연관성이 있다.

성현에서부터 삼호현까지 항측도상에서 직선거리를 재어보니 약8㎞에 이른다. 과연 20리 밖의 거리에서 성현에 있는 아내를 바라보며 소리쳐 이별의 마음을 나눌 있 수 있었을까?

옛날 사람들은 지금보다 시력이 몇 배는 좋았을 것이고, 숲도 울창하여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면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대부분의 산림이 도시로 변화되어 가시거리확보나 메아리를 기대할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인천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한남정맥의 자연을 유지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산림청에서 한남정맥 마루금 좌우 300m 이내의 토지이용상황을 분석해 본 결과(2013) 산림지역이 63.0%, 시가화 지역은 17.3%였으며(금북정맥 산림지역 88.6%, 시가화지역 2.7%), 2㎞이내의 산림지역은 46.8%, 시가화지역은 23.8%로(금북정맥 산림지역 75.5%, 시가화지역 3.8%) 금북정맥보다 30%이상 산림 훼손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존하는 자생식물은 소나무군락이 9.8%, 상수리나무-소나무군락이 7.9%, 상수리나무군락이 18.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인천 주안산, 원적산, 가현산 마루금 부근에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선호도 62.3%)인 소나무가 모진 바람과 고통에도 꿋꿋이 버텨 주는 것이 위안이 될 뿐이다.

1486년 발간된 <동국여지승람>에 부평의 진산은 '계양산', 인천의 진산은 '소래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산자분수(山自分水) 개념에 따라 '같은 물을 마시는 유역의 주민은 문화가 동일하며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한다.' 이 같은 전통지리학 이론에 따라 인천의 역사문화는 양대 산맥을 중심으로 한남정맥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중요한 상징성이 담겨있는 계양산과 소래산은 잘 보전하고 관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소래산의 경우 대부분 면적이 시흥시에 속해있고, 서측사면 급경사지 일부만 인천광역시에 편재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 아쉬운 것은 1970년 '인천시종합개발계획' 수립 시 소래산 일부(2,420,000㎡)를 소래공원(묘지공원)으로 신설하려는 계획을 수립한 적이 있으나 실현되지 못 하였다. 묘지공원으로 신설하려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결정하여 소래산의 상징성을 높이고 보존의 근간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앞으로 인천문화 발상지의 상징적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소래산을 인천시에 편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며, 이러한 시도가 뜻대로 되지 아니할 경우에는 시흥시와 협의하여 공동으로 도시공원으로 결정하는 등 상징성을 높이고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곽남현 북부공원사업소  공원조성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