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 칠게 /자료제공=공은택
알락꼬리마도요라는 새가 있다. 제법 덩치가 큰, 길고 휘어진 부리의 알락꼬리마도요는 이 맘 때면 영종도와 강화도, 송도 등 인천경기만 갯벌에서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그런 알락꼬리마도요는 매년 호주와 시베리아 사이 수천㎞를 오가며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서 먹이를 먹는다. 알락꼬리마도요는 우리나라 환경부지정 멸종위기2급보호종이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등재된 세계적 멸종위기종이다.

알락꼬리마도요가 제일 즐겨먹는 먹이가 칠게다.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게로 갯벌에서 볼 수 있는 지름 1센티미터 정도의 비스듬하고 타원형 구멍이 바로 칠게 구멍이다. 알락꼬리마도요의 길고 휘어진 부리는 구멍 속에 숨어있는 칠게를 잡아먹기 위해 진화했다. 한낮 갯벌에 반짝이는 수많은 점들이 있어 다가가면 인기척에 이내 사라져 버리고 구멍만 남는다. 칠게가 구멍 속으로 숨어버린 것이다. 잠시 숨을 죽이고 기다리면 칠게가 빼꼼히 모습을 드러내고 게눈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집게발로는 연신 갯흙을 집어먹는다. 그런데 칠게가 인천경기만갯벌에서 눈에 뜨게 줄었다.

영종도 주변의 갯벌은 인천공항을 통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제일 처음 접하는 자연경관이다. 드넓게 펼쳐진 세계5대갯벌의 장관에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원더풀을 외친다. 그런 영종도 갯벌에 언제부터인가 절반가량 쪼갠 사람키만한 PVC관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관의 양끝에는 어김없이 '바깨스'라 불리는 플라스틱통이 연결되어 있다. 수십개의 PVC관과 플라스틱통이 2~3미터 간격으로 나란히 늘어서 있다. 촘촘한 그물이 지푸라기로 굴비 엮듯 PVC관들의 중간을 직각으로 연결하고 있다.

칠게잡이 불법어구이다. 촘촘한 그물을 통과하지 못한 게들은 그물 따라 옆으로 이동하고 결국 PVC관 함정에 빠진다. PVC관을 기어나올 수 없는 게들은 플라스틱통에 모여 수거될 날만을 기다린다. 이런 불법칠게잡이어구가 우리나라 관문인 인천대교 양옆으로 빼곡하게 설치되어 있다. 칠게는 싹쓸이되고 갯벌은 황폐해지고 있다.
2년 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아시아지역 생물다양성 보전프로그램,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쉽 등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조간대 서식지에 대한 세계자연보전연맹 상황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세계8대 철새이동경로 가운데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를 통해 이동하는 물새들이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새들이 번식지와 월동지의 장거리를 오가던 중 지친 날개를 쉬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중간기착지인 갯벌이 사라지고 먹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어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더욱 치명적으로 칠게를 사지로 내몬 것이 '합법'적인 갯벌매립이었다. 인천에서 수많은 갯벌이 매립으로 사라졌다. 인천공항도 갯벌이었고 송도신도시도 갯벌이었다. 갯벌매립과 함께 인천시의 시조(市鳥)인 두루미도 자취를 감춰버렸다. 수도권쓰레기매립지와 청라지구 일대는 1984년 4월까지 두루미 도래지로 천연기념물 제257호 갯벌이었다. 문학, 선학, 청학 등 지명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는 인천지역은 강화 동검도와 서구 세어도 갯벌뿐이다. 그러나 이곳을 찾아오는 두루미도 서너마리에 불과해 하늘과 땅을 잇는 두루미의 고고한 춤사위를 보려면 이젠 강원철원평야와 비무장지대엘 가야한다.

그런데 갯벌매립은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아파트 숲으로 변해버린 먼우금(송도)에서 마지막 남은 자투리 갯벌마저 바람 앞 등불신세다. 200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2014년에는 람사르에 등록한 송도갯벌에 인천시는 고속도로 교차로를, 시흥시는 다리를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인천경제청은 송도, 영종도, 청라 3곳의 경제자유구역으로도 부족했는지 새로운 땅장사를 위해 영종도 동쪽갯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많은 외국인들이 인천을 통해 우리나라를 찾을 것이다. 필자가 속한 인천녹색연합은 올해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천은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도시며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파트너쉽 사무국 도시임'을 외국인들에게 홍보할 것이다. 또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불어 등 외국어로 홍보책자를 만들어 인천경기만갯벌의 우수성과 알락꼬리마도요 등 세계적 멸종위기조류를 자랑스럽게 알릴 것이다.

이제 곧 갯벌에서 칠게로 배를 채운 알락꼬리마도요가 시베리아로 떠날 것이다. 알락꼬리마도요가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인천을 계속 찾아올 수 있을까? '불법'어구들은 곧 수거된다. 그러나 '합법'매립이 계속되면 그 많던 알락꼬리마도요도 인천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