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섭 포천시 부시장
내가 살고 있는 집에 포탄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위험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면 여러분들은 어떨 것인가?
지난 3일 포천시 소재 영평사격장 앞에서 주민 1000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가 분단 이후 최초로 열렸다.
이는 미군 사격훈련장에서 날아온 오발탄이 지난 4개월 동안 무려 3차례나 사업장과 주택으로 떨어져, 이를 더 이상 목숨을 담보로 지켜볼 수 없었던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안전대책과 보상문제를 전달하기 위해서 였다.

이렇게 집회를 가졌던 포천 주민들의 심정은 지난 60여년간 이어진 아픔의 역사를 해결되지 않은 채 다음 세대로 대물림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집회에 참석한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울분을 참는 것도 이젠 한계에 와 있다.
현재 포천시 관내는 동양 최대 규모의 미군 영평사격장(1352만722㎡· 일산신도시 면적 수준)과 승진훈련장(1987만4469㎡)에서 수시로 각종 사격훈련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사격훈련장은 국가안보와 국토방위를 위해 꼭 있어야 하는 시설임은 포천시민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로 인한 지난 60여년 간 사격장 인근에서 고통을 인내하며 살아온 주민들의 희생을 이제 정부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으며, 절대 잊어선 안된다.

지금도 영평사격장 인근에 42개 마을 1만20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고, 인근 영평초등학교, 보장초등학교 학생들은 방음벽도 없이 포성이 울리는 한가운데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사격장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 유탄·오폭 피해, 토양·하천오염과 산불피해는 지난 수십여 년은 물론, 최근 4개월 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으나, 이곳 주민들은 평소에 겪고 있던 현실의 반복일 뿐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살기 어려워진 지역주민들은 하나 둘 포천인 고향을 등지고, 지역 상권은 급속히 무너지는 등 평생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면서 살아 온 대다수의 주민들은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지 이미 오래다.
이에 지역 정치인들인 포천시 의회 또한 군사시설피해보상촉구 특별위원회를 출범했으며, 김영우 의원(새누리당 수석대변인·포천·연천)은 이완구 총리 면담으로 국방부·외교부·국민안전처 등 총리주재 관계부처 장관 합동회의 개최를 약속받기도 했다.

남경필 도지사도 사격장 오발사고 대책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포천지역 경기도의회 의원들 또한 특별위원회를 통해 사격장 안전대책마련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분노가 쌓인 주민들은 오는 29일 쯤, 용산 미8군사령부 앞에서 대규모 원정집회를 계획한 가운데 오발사고에 따른 재발 방지와 주민 안전대책 및 피해보상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는 군 관련 시설로 인해 무너져버린 지역경제와 지역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다.

이렇게 긴 세월 동안 분노와 아픔이 쌓여 왔던 포천 주민들을 위해 중앙정부는 주민들의 아픔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도록 전방위로 노력해 피해보상과 사고수습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신속히 처리해 줄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