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참여 학교·기업 업무증가 '의욕 저하' … 지원금 연연 변질 우려
업계 "생업 치중 기업 참여불가 … 기관·단체 '협조부담' 효율성 저하"
인천지역 경제 관련 기관들이 우수한 산업 인재를 키우겠다며 학교와 기업에 손을 뻗치고 있다.

구인난과 구직난이 혼재된 미스매칭, 교육 방향 설정 오류로 인한 청년 층 산업 인력 부재, 중소기업들이 애를 먹는 근로자 재교육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이유로 정부가 지역에다 맞춤식 산업 인력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지시한 탓이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관련 지원 자금이 인천 산업계로 왔고, 사업들은 이미 진행 중이거나 계획되고 있다.

정부에서 내린 사업이 지역에 연착륙하면 좋은데, 지원 기관과 학교, 기업 간 마찰음이 계속되고 있다.

12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요즘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청년들이 없으니까 정부에선 기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고등학교 교육 방침을 산업계 취업 쪽으로 중점을 옮기는 시도 중이다.

올해부터 남동국가산업단지와 같은 국가산단이 제조업 분야의 우수한 인력을 기른다는 목표로 주변 학교와 손을 잡는 것도 이 틀 안에 놓인 사업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과 교육부가 협력해 산업단지별로 입주기업의 인력 수요와 인근 고등학교, 대학교의 인력양성 과정을 긴밀하게 연계해서 고등학교 또는 대학 졸업생들을 산업전선으로 취업시킨다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인천지역에선 남동국가산단에서 먼저 시행되고, 부평·주안국가산단은 2017년까지 정착시키기로 했다.

정부가 인천시 남구, 경기 시흥시, 경남 창원시 등 9개 행정구역을 '도제특구(일학습병행 지역특구)'로 지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에 스위스 도제식 직업학교로 선정된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배우는 산학일체형 도제교육이 이뤄진다.

최근 산업계에서 관심이 높은 일학습 병행제는 경제 관련 기관들이 기업과 함께 벌이는 대표적인 산업 인재 양성 사업 중 하나다.

기업은 실무형 숙련인재를 양성할 수 있고, 청년 등 취업 희망자는 일과 학습 병행으로 경력과 자격관리가 가능해 스펙 쌓기 없이 조기 취업할 수 있다는 게 수행 기관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정부 방침에 따라 지역 산업계에서 산업 인재 육성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허울만 좋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에 참여하는 일선 학교나 기업들은 업무 증가로 인해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이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하고, 전문가들은 정부 자금이 많이 유입되다 보니 기업이나 학교에서 지원금 받기에 연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스위스 도제식 직업학교로 선정된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가 산학일체형 도제교육을 벌이려면 우선 학생 교육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하는 게 우선인데, 생업에 바쁜 기업들이 쉽게 참여하겠느냐"며 "이 업무를 지역 경제 기관이나 단체에서 협조하면 고마운데, 주로 학교 관계자들에게 맡기다 보니, 담당자 부담도 늘고 사업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학습 병행제와 관련해 기업들의 피로도를 지적하며 "한 예로 사업장에 컴퓨터 하나 없는 업체의 담당자에게 일학습 병행제 사업 규정상 매일 컴퓨터로 작성한 교육 보고서를 제출해야 된다고 고수하는 등 융통적이지 못한 사업 진행을 해 기업들이 답답해한다"고 말했다.

산업 인재 시스템 구축을 위해 들어가는 혈세가 낭비되지 않으려면 현재 지원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천지역 한 중소기업 지원 기관 관계자는 "스위스 도제식 직업학교로 선정되며 인천기계공고에 들어가는 돈이 20억원 가까이 되는데, 학교 자체에서 이를 다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업들이 일학습 병행제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근로자 교육보다 지원금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