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통근버스 개통 '숨통' … 추가 조치 시급
근로자 9만 육박 … 주차면 1만6000여개 불과

도로·골목 불법난무 … 고위관료 "해결" 말 뿐





지난해 기준 남동국가산업단지의 주차면수는 1만6000여 면이다. 비슷한 시기에 남동국가산단 근로자 수가 8만9977명이었으니까 단순계산으로 주차 공간 하나 당 근로자 5.6명 정도가 나눠써야 한다.

산업단지 입주기업을 찾는 거래처 등 외부 방문객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승용차로 출퇴근하지 않는 근로자를 빼더라도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정당하게 주차하려면 몇 명이서 경합해야 하는 것이다.

남동국가산단 도로와 골목마다 불법주차와 이중주차가 난무하는 이유다. 이는 같은 국가산업단지 신분인 부평산단과 주안산단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인천지역 산업단지 문제점이 논의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차난을 두고 여전히 말만 무성하지만 뚜렸한 해결책은 없어 '말의 성찬'이란 지적이 나온다.

입주기업 증가로 공장 주변에 차 댈 곳이 없어 근로자들 원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산업단지 주변 대중교통이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산업단지 주차 문제는 기업들의 인력 채용에도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의원이나 정부 쪽 고위 관료들도 산업단지를 찾을 때마다 주차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부르짖지만, 자금 등을 투입해 문제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막상 별로 없다.

지난해 7월20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인천지역 기업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모닝아트 장경동 대표이사는 고쳐지지 않는 남동국가산단의 주차 문제를 지적하며 "출퇴근 때 교통난과 단지 내 극심한 주차난 때문에 입주기업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건의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홍영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감사에서 부평산단의 노후화 실태를 지적하며 "부평국가산단의 고질적인 교통환경과 주차난 해소를 위해서는 셔틀 버스·공공자전거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단지 주차난은 최근 입주기업 과밀화 현상으로 인해 근로자가 급증하며 더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부평국가산단 근로자 정모(45)씨는 "한 기업에서 사용하던 공장을 쪼개 여러 업체가 나눠쓰면서 근로자 밀도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주차 공간은 늘지 않으니 주차난이 심각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특히 불경기에 재고 물품은 늘고, 공장은 확장할 수 없으니 그나마 있는 주차장을 야적장처럼 이용해 문제가 더해지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단지 주차난 해소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은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모닝아트 장경동 대표이사가 주차 문제로 건의했을 때 최 부총리는 "남동국가산단 주차난 해소 등 인천지역 기업의 애로사항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기존에는 전통시장에만 국비를 활용해 주차장을 건립했는데, 해당 지자체와 협력해 이를 산업단지쪽에서도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긴 했으나, 실질적인 관련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산업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기관이나 시 등에서 관심을 갖고 각종 아이디어와 함께 자금을 투입할 때라고 말한다.

지난 6일 남동국가산단과 수인선 남동인더스파크역·호구포역, 인천도시철도 1호선 동춘역 등을 잇는 무료 통근버스가 개통된 것처럼 주차 문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사업들을 진행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지역 한 경제 단체 관계자는 "산업단지 주차난이 불치병처럼 굳어진 이유는 자금 투자와 사업 진행을 제 때에 하지 않고 미뤄왔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