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서 위상상태 불량 폭로 식당들 "공급업체 때문 억울" 하소연
인천 부평구에서 소곱창 집을 운영하는 김씨는 요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얼마 전 가게를 찾은 손님이 "곱창에 대변 들었대"라고 말하는 소리를 듣기 시작한 후부터 시작된 조바심이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던 김씨는 인터넷 등을 통해 얘기의 진상을 알아보니, 생각보다 곱창을 둘러싼 소문이 좋지 않았다.

한 종합편성 채널에서 '수도권 곱창볶음 전문점 25곳에서 곱창볶음을 수거해 확인한 결과, 18곳의 돼지곱창에서 돼지의 변과 소화되다 남은 옥수수 찌꺼기, 돼지 털 등 이물질이 곱창 안쪽에 남아있었다'고 밝힌 게 시작이었다. 관련 기사 밑에는 '기름과 대변 덩어리' 등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김씨는 "사실 방송 매체 등에서 언급하는 내용들은 곱창 공급하는 업체 위생상태가 불량해서 생긴 문제"라며 "나름대로 세척 과정에서 더욱 신경을 쓰고, 가게 개업 1주년 이유로 가격도 내려 손님들을 붙잡아 두고는 있지만, 관련 소문이 증폭돼 괜히 애먼 소곱창 가게들의 매출 저하로 이어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곱창을 둘러싸고 갖가지 잡음들이 등장하며 관련 자영업자들 등골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소곱창, 돼지곱창을 주메뉴로 내세운 대형 프렌차이즈들이 대거 등장하며 관련 매장이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때라 시기도 좋지 않다. 곱창집 사장님 중에는 생계를 위해 전재산은 물론이고 빚까지 내 창업한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한 방송 프로에서 돼지곱창 가공공장에서 돼지 배설물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채 소비자들에게 유통되고 있다는 고발을 한 후 곱창을 바라보는 소비자 인식이 좋지 않은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깨끗한 곱창의 겉면과 달리 곱창을 뒤집어 보면 안쪽에 돼지 잔변 등이 그대로 남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여파는 최종 판매처인 곱창집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곱창 등을 취급하는 식당 관계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인천 계양구에서 돼지곱창 가게를 운영하는 한 사장님은 "납품 받으면 하나하나 전부 뒤집어 씻는다"며 "양심적인 업체가 많은데도 일부 비양심 업체와 같은 취급을 받는 게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더해 작년 하반기엔 곱창구이 집에서 흔히 먹는 소의 간(肝)을 날로 먹었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동물의 간을 날로 먹으면 눈에 개회충증 감염 위험이 15배나 높아진다는 게 연구결과의 주요 내용이다.

최근에는 소곱창 납품에 쓸 데 없는 유통 단계가 자리잡고 있어 공급가가 오른다는 얘기까지 보태지며 잡음이 부풀려지는 모양새다. 쇠고기의 경우 도축 이후부터 자유 경쟁 체제로 도매업체에 넘어간다.
반면, 소곱창은 곧바로 도매상으로 넘어가지 않고, 중간 도매조합을 거치면서 불필요한 수수료가 붙는 구조다.

계속된 장기 불황에도 창업 열기가 높았던 곱창 가게들은 가만히 앉아 날벼락을 맞은 꼴이라고 말한다. 납품업체 등에서 튄 불똥이 음식을 구매, 섭취할 소비자와 거래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옮겨 붙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싼 돈 내고 납품 받은 곱창에서 기름이나 껍질 제거하면 무게는 확 줄어들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처리해야 하는 등 납품업체들에 안일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은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세척 과정, 조리 과정에 더욱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