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신 추대 분위기 - 박주봉 출마 저울질 … 각각 항만·제조업 지지얻어
앞으로 3년 동안 인천지역 상공업계를 대표할 수장을 뽑는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선출 결과가 막판까지 알 수 없게 됐다. 인천상의는 오는 3월12일 임시의원총회를 열고 회장을 비롯한 부회장, 상임의원, 감사 등 임원진을 선출할 계획이지만, 업계에선 이미 이강신 영진공사 대표가 차기 수장이 될 것으로 기정사실화 했었다. 임시의원총회가 일주일 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잠룡들이 수면 위로 몸을 드러내고 있는데, 의도가 불순하다는 말도 나온다.

인천상공회의소는 지난 27일 제22대 의원 116명의 당선을 확정·공고했다. 일반의원(정수100)에 100개 업체, 특별의원(정수 20)에 16개 단체가 등록해 투표 없이 당선이 최종 확정됐다. 오는 12일 임시의원총회 때 의원 중에서 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결국, 인천상의 신임 회장 결과는 3월12일에 있을 임시의원총회가 끝나야 결정되는 사안인데, 인천상의 고위 관계자나 업계에선 이미 차기 수장은 이강신 영진공사 회장으로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상의 전례를 봤을 때 유력한 한 사람이 회장을 하겠다고 나서면 다른 후보들은 차기나 차차기에 나서는 등 경선보다는 1명의 후보자를 추대하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경선 등은 지역 경제계에 분란이 생길 수 있는 소지를 마련한다는 게 이유였다. 임시의원총회를 앞둔 지금 정도엔 회장 추대 작업이 마무리 되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서 최근 박주봉 대주중공업 회장의 행보가 눈에 띈다. 박주봉 회장은 지난 5일 김광식 인천상의 회장과 면담을 통해 신임 회장직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1월까지만 하더라도 22대 회장 후보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던 박 회장은 이강신 회장 추대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정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박주봉 회장 측은 "계속 고사했지만, 최근 원로들의 압박으로 고민 중"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주봉 회장이 인천상의 차기 수장 선출에 다시 입지를 넓히면서, 이번 회장 선출이 항만과 제조의 힘겨루기 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항만업계에선 이강신 영진공사 대표를 밀어주고, 제조업계에선 박주봉 대주중공업 회장을 지지하는 양자구도가 확고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매번 의원 구성 때 지분이 절대적인 제조 쪽에선 박주봉 회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22대 일반의원 업체 100개사 가운데 제조업이 58%를 차지하는 등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관련 업종의 회장을 맞이한 게 벌써 10여년 전이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제17~18대 회장을 역임했던 이수영 동양제철화학(현 OCI)회장이 제조업계에 몸을 담고 있던 마지막 인천상의 회장이었다.

제22대 일반의원 중 한 인사는 "지역 경제계에서 제조업이 차지하고 있는 지분이 절대적인데, 그동안 업계 의견이 모이지 못해 인천상의 회장 선출에서 매번 힘을 내지 못했다"며 "10년 넘게 제조 관련 회장이 없었던 만큼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회장이 추대되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뒤늦게 인천상의 회장 선출에 뛰어든 박주봉 회장 의도가 건전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박주봉 회장은 중소기업중앙회 신임 회장 선거에 힘쓰다가 낙방하자마자 지역에서 인천상의 회장에 관심을 높인다면, 인천상의 회장직을 발판으로 정치 기반을 갖추려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며 "실질적인 사업장도 인천에 없고, 민주당 비례대표에도 힘썼던 인물이라 잡음을 낼 수 있는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