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비충분 24.3% 불과 … 임금피크제 도입해야"
노동계 "불경기 실효성 의문" … 근로연장 강제 필요
정년 60세법이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돼 시행되는데도, 인천지역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년 60세 시대에 대비한 임금피크제, 임금체계 개편 등의 노사합의 도출은 양쪽 의견 대립에 쉽지 않다. 정년 퇴임을 앞둔 기업 임원 등의 근무 기간이 연장되면서 부하 직원들의 승진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 때문에 내부 잡음도 발생하고 있다.

4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2016년 1월1일부터 정년 60세법이 시행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설정해야 한다. 2017년부턴 300인 이하 중소기업들도 이에 해당된다.

이번 법 개정에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쪽은 기업이다. 벌써부터 정년연장법 시행으로 인건비 증가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내는 중견기업이 상당수다. 기업들은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으면, 불경기에 신음하는 업계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토로한다.

그렇다고 근로자들이 정년 60세 시대를 무작정 반기는 것만은 아니다. 상당수 근로자들은 이런 정년 연장의 실현화 자체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산업계 전반에 정년 연장이 확산되려면 이를 강제할 더욱 강력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정년연장법을 위한 준비기간이 비교적 짧았던 탓에 회사 내 승진 체계도 앞날을 알 수 없게 됐다. 올해 정년을 맞은 '낀 세대'의 박탈감에 더해 정년을 앞둔 50대 중후반 근로자들은 회사로부터 무언의 퇴사 압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인천 남동구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경력과 직급이 높은 50대 이상 근로자들은 임금 수준이 높은데, 회사 내 비중이 높아지면 당연히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신입 직원 채용에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300개 기업(대기업 132개, 중소기업 168개)을 대상으로 정년 60세 시대 대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인 53.3%가 '대비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응답 기업 중 25.0%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아직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기업 입장에선 정년 60세법이 시행되면 인건비 부담은 불 보듯 뻔해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이 절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논의 시도 자체가 자칫 노사관계의 대립을 야기할 수 있어 아예 개정법 자체를 외면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노동계에선 당장 내년부터 근로자 정년 연장이 현실화 되긴 힘들 것이란 의견이 많다. 지난해 하반기 한국노동연구원이 1000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만 60세 정년시대 현실성을 묻는 질문에 '지켜질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38%에 불과했다.

정년 연장으로 회사 내 승진 체계도 당분간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역 한 근로자는 "1997년 외환이기 이전에 입사한 선배들이 많아 위에서부터 순차적으로 퇴직해야 아래 직원들 직급도 올라가는데, 정년이 연장되면 당분간 인사 체계가 어지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 한 경제 단체 관계자는 "국민연금 지급시기가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났고, 50대 중후반엔 자녀 대학이나 혼인 등에 쓸 돈이 많은 시기라 근로자 정년 연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경기 침체에 놓여 있는 지역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선 정년을 앞두고 임금이 줄어들게 해 균형을 맞추는 사안도 간과해선 안 되고, 인사 시스템 혼란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