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영 크리켓 여자 대표팀 주장 "9개월간 고된 노력 인정받아 뿌듯"
"경기장과 팀이 유지된다면 크리켓을 계속 하고 싶어요."

크리켓 여자 대표팀 주장 오인영(사진)의 눈가가 끝내 촉촉해졌다. 오인영은 홍콩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패해 탈락이 확정되자 "오늘 이겼으면 더 높은 곳에 올라가 강한 팀들과 경기해볼 수 있었는데, 이대로 끝나서 아쉽다"고 말했다.

전지훈련을 시작하고 대표팀을 꾸린 지 9개월 만에 참가한 대회였다. '첫 승'이라는 목표 달성은 뒤로 미뤘지만, 아쉬운 만큼이나 후련한 얼굴이었다.

오인영은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아 아웃 당했을 때 속상해서 울 뻔했다"면서도 "다들 힘들게 훈련해왔는데, 외신으로부터 9개월 만에 이 정도 실력을 쌓은 것이 믿기지 않고 깜짝 놀랐다는 평가를 받아 뿌듯하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에도 여자 크리켓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여자 대표팀은 연습할 곳을 찾기 힘들어 훈련장에 자리가 나면 부랴부랴 장비를 챙겨 가고, 밥도 불규칙하게 먹는 생활을 되풀이했다. 선수가 부족해 성치 않은 몸으로 뛰는 이들도 많았다.

오인영은 "크리켓 경기장이 이곳 하나뿐인데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며 "당분간 수술과 재활에 들어가는 선수가 많아 다들 모두 몸을 추스르기 바쁘겠지만, 앞으로도 동료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