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설 희망교육연구소장
우리는 인생을 '공수래, 공수거' 라고 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왔다가 그래도 무엇인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가지고 가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물론 유형적으로 가지고 갈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무형적으로 남기고 갈 것은 있다.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과연 나는 어떤 이름을 남길 것인가? 세월호 사건으로 세상이 어수선하고, 시끄럽고, 불안하다. 세월호가 침몰하니까 국회가, 나라가 침몰하고, 중병을 앓고 있는 중환자인 것 같다. 무엇을 어떻게 해주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진정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어주고 다시는 그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인지를 냉철하게 반성하고 대책을 세워야한다.

교황님이 다녀가셨다. 세월호 유가족도 만나고 위로도 해주셨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 모두가 위로를 받았다. 교황님의 방문5일, 100시간, 100만명, 100년의 가르침이라고 하는데 과연 교황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고가셨나? 닷새 동안 우리에게 남기신 5가지는 웃기고, 울리고, 안아주고, 일깨워주고 그리고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는 묘약을 남기셨다. 그 치유의 묘약은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교황님은 우리에게 깨어있어야 한다. 잠들어 있는 사람은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샘솟듯 생겨나도록 하고, 모든 한국인들이 한 형제이고, 한가정의 구성원이며, 한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요즘의 사태를 보면 우리가 과연 한 형제이고 한 민족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대화와 타협은 없고 내가 아니면 안 되고 끝까지 가보자,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말 그대로 막가파식이다. 어리석은 자는 삶을 갈아서 악을 남기고, 지혜로운 자는 삶을 갈아서 선을 남긴다고 하는데 악을, 원수를, 저주와 원망을 남기지 말고, 교황님이 이 땅에 남기고 가신 것처럼 선과 사랑과 축복과 위로 그리고 그리움을 남기고 가야한다.

세익스피어는 그림자처럼 왔다가 그렇게 떠날지라도 그 무엇인가를 남겨야한다고 하여 수많은 문학작품을 남겼고, 슈바이쳐는 아프리카에 나병환자수용소와 병원을 남겼으며, 원효는 훌륭한 사상을, 퇴계이황은 뛰어난 저술을, 춘원 이광수는 많은 문학작품을, 이순신은 위대한 애국심을 남겼다. 케네디는 누구나 죽을 때는 4가지 질문을 받는다고 했는데 그것은 진정으로 용감하게 살았는가? 얼마나 지혜롭게 살았는가? 매일매일 성실하게 살았는가? 그리고 무엇에 당신 자신을 헌신했는가? 라고 한다. 또한 만일 당신이 다시 태어난다면 어떻게 살겠는가? 라는 질문에 날마다 반성하면서 살고, 용기 있게 살고, 죽은 후에도 남을 만한 일을 하겠다고 하였다.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듯이 몇 년을 더 살고 덜 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7,80년의 생명과 시간을 주신 것은 사랑, 배움, 인격, 개성, 재산, 명예, 권력, 등을 쌓고,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죽음의 신이 우리생명의 문을 노크할 때 나는 무엇을 죽음의 신 앞에 내놓을 수 있을까? 사람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죽었을 때 그의 무덤 앞에서 가족, 친척이 아닌 사람 3사람만이라도 그의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해준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는데 과연 내가 죽었을 때 몇 명이나 슬퍼해 줄 것인가? 내가 태어 날 때는 나 혼자 울게 하시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웃게 하시고, 내가 죽을 때는 나 혼자 웃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울게 해달라는 기도문이 정말로 나는 무엇을 이 세상에 남기고가야 할지를 일깨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