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출신 메달리스트 릴레이 인터뷰(8) - '여자농구 붐의 주역' 유영주(농구)
▲ 인천일보와 만난 유영주 구리 KDB생명 코치가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 코치는 지난 1994년 히로시마아시아경기대회 여자농구 금메달, 1998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 동메달의 주역이다.
▲ 지난 1996년 열린 제26회 애틀랜타 올림픽에 출전한 유영주(가운데) 구리 KDB생명 위너스 코치와 여자농구 대표팀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지난 1998년 개최된 제13회 방콕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한 유영주(오른쪽) 코치와 선수들이 웃으며 포즈를 취한 모습. /사진제공=유영주 구리 KDB생명 코치
인성여고 졸 … 1994 히로시마 金·1998 방콕 銅 수확

현역시절 힘·승부욕 두루 겸비 대표적 파워포워드

"유리한 경기일정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도" 염려

"친구이자 라이벌 정은순, 발전 원동력" 회상



여자농구의 명문을 뽑으라면 빠지지 않는 학교가 인천 인성여자고등학교다.

인성여고는 경남 삼천포여고와 함께 과거 여자농구 붐을 이끈 여자선수들을 대거 배출했다.

이런 인성여고 출신 여자농구선수 중 가장 유명한 선수라고 한다면 유영주, 정은순, 이종애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각각 제10회 베이징아시아경기대회부터 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까지 출전해 한국의 메달 획득에 일조한, 한국 여자농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들이다.

이중 유영주 구리 KDB생명 위너스 코치는 현역 시절, 뛰어난 힘과 저돌적인 승부욕을 소유했던 여자농구의 대표 파워포워드였다.

당시 남자 농구에 현주엽이 있다면, 여자 농구에는 유영주가 있다는 평가를 들었던 선수, 유영주 구리 KDB생명 위너스 코치를 지난 24일 만났다.



▲42년 인천 토박이, 아시아의 축제에 많이 찾아와 주시길

"인천 토박이인 만큼,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축제인 만큼 많이 찾아와서 응원해주세요."

유영주 구리 KDB생명 위너스 코치는 지난 24일 밝게 웃으며 취재진을 맞았다.

유영주 코치는 정말 축하하지만, 이와 함께 아쉬운 감정도 큰 상태다.

유 코치는 "후배들과 함께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참여하고 싶지만 현재 한 팀의 코치를 맡고 있어 불가능하다"며 "아쉽게나마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축제는 무엇보다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국내 팬들만 즐긴다면 진정한 의미의 축제가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해 유 코치는 "아시아경기대회 기간 중 인천을 찾는 모든 팬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며 "국내외 구분 없이 모든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됐으면 한다"며 웃었다.

유 코치를 비롯해 친구이자 라이벌인 정은순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등 '인성여고' 출신 과거 농구스타는 모두 인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실제로 4년 전부터 인성여고 동문들은 농구 시즌이 끝나면 각자 성의껏 돈과 마음을 걷은 후 모교에 전달하고 있다.

유 코치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곳이 인천"이라며 "당연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현재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홍보위원을 맡고 있기도 한 유 코치는 사실 조금 미안한 부분도 있다고 털어놨다.

유 코치는 "팀의 훈련과 일정 때문에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며 "진심어린 응원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3번만 이기면 금메달 … 유리한 대진 '독'이 될 수도

지난 21일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주요 10개 종목의 조 추첨 결과, 여자농구는 시드배정을 받아 8강에 진출했다.

몽골, 홍콩, 카자흐스탄, 네팔, 카타르가 치르는 예선라운드에서 1위를 차지하는 팀과 1차전을 펼치는 여자농구 대표팀은 3경기만 이기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2차전은 일본, 3차전은 중국이 상대로 유력하다.

언뜻보면 금메달을 향한 여정이 길지 않아 안심할 수 있지만 유 코치는 오히려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유 코치는 "물론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면 좋겠지만 1차전부터 선수들은 상당한 부담을 안고 경기를 할 것"이라며 "초반부터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중요한 경기에 폭발시켜야 하는데 그런 과정없이 중요한 경기에 돌입하면 오히려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컨디션 조절이 관건이며, 이를 위한 훈련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여자 농구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유 코치는 "과거 여자농구는 전문적인 인프라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지 못했다"며 "당시는 관중의 사랑을 먹고 자랐다. 그때의 팬들의 사랑을 지금 선수들도 느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후배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유 코치는 "현재 침체기에 빠져있는 여자농구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이 필요할 것 같다"며 "개인적인 기량 향상과 더불어 농구 붐을 위해서 노력해달라"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생의 라이벌이자 동반자 '정은순', 모두 마음 속 라이벌 설정해야

유 코치의 인생에서는 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정은순'.

중학교부터 시작된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유 코치에게 정은순 해설위원은 언제나 롤모델이었다.

유코치는 "언제나 시샘과 질투, 부러움의 대상이었다"며 정 해설위원을 설명했다.

당시 최연소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았던 정 해설위원을 보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따라잡아야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운적이 없다고 한다.

그때를 회상하던 유 코치는 불현 듯 말을 꺼냈다.

유 코치는 "정은순은 내 라이벌이었다"며 "선수들은 모두 라이벌을 설정해야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물론, 선수로써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유 코치의 쌍둥이 두 아들, 방성원, 성인(9) 군은 최근 농구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선수 출신 부모는 아이들에게 운동을 시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유 코치는 달랐다.

유 코치는 "힘든 것을 알기 때문에 시킬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그 고된 것을 이겨내야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라며 "운동 뿐만이 아니라 아이가 관심있는 분야를 접하게 해주고, 그 다음부터 이겨나가는 과정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김근영·사진 황기선 기자 kky8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