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라운드 ▧
관람객이 1300만명을 훨씬 넘어섰다는 매스컴 보도를 접한 후에야 영화 '명량'을 감상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지나칠 수 있었는데 졸작이라느니 고증과 맞지 않는다는 등 혹평 때문에 호기심이 더 발동했는지도 모른다. 심지어 이순신 장군의 12척 함선이 130척의 일본 함대를 물리친 기록조차 부정하려는 이들도 있지만 '명량'을 향한 발길은 그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영화를 통한 감동과 대리만족이 목적이지 역사 기록이나 촬영 기법을 확인하러 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상엔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기피하는 민족이 있는가 하면 소를 우상화하는 종족이 있듯이 세계 유수의 영화제 입상작이 아니더라도 국가마다 국민의 정서에 맞는 영화는 따로 있는 법이다.

당시 왜적으로부터 6년간 침략에 시달린 백성들은 물론 병사들조차 전쟁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이순신 장군은 군율을 지엄히 다스려 공포를 용기로 전환시키기 위해 탈영병의 목을 손수 베었다. 이를 두고 비평가들은 사록에 그런 내용이 없고 충무공의 온화한 인품으로는 그럴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장군에 관한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기록으로 남아있을 수는 없고, 고증의 진위를 떠나 관객들은 이 시대 군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범죄 행위와 기강 해이에 대한 일벌백계를 '명량'을 통해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라는 충무공의 한 마디는 여야 정치인에게 던지는 국민들의 경고이기도 하다.

왜군 '구루지마'의 부하인 '하루'는 이순신 장군의 작전회의 소집을 알리는 초요기를 게양하는 우리 수군을 '아다케부네'의 누각 위에서 화승총으로 계속 저격하지만 결국 조선의 화살에 눈을 맞고 쓰러진다. 혹자는 고증에 선상 백병전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 수군은 배로 진입한 '구루지마'에게 화살을 퍼부었고 장군이 그의 목을 베는 장면은 요즘 일본 '아베' 총리의 망언에 대한 단죄를 보여주는 듯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 왜적의 주 무기는 화승총이었고 우리 수군은 신기전(다연장포), 비격진천뢰(박격포), 대장군전(로켓포)이었지만 활과 화살은 여전히 나라와 백성을 지키는 최종 병기였다.

국가방위의 소중함과 제64주년 9·15인천상륙작전을 되새기는 제31회 전국남여궁도대회가 인천광역시 후원, 인천시궁도협회 주관으로 9월13일부터 15일까지 남동구 도림동 소재 남호정(사두 이종우)에서 열린다. 남호정 활터는 삼각산 줄기를 이어받은 오봉산 자락의 화초논골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명소인 소래포구의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전국에는 50여개의 전국 궁도대회가 개최되고 있지만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함께 세계 2대 상륙작전 중 하나인 9·15 인천상륙작전기념 궁도대회는 유독 의미가 깊은 행사이다.

한국전이 발발한 1950년 9월15일, 맥아더장군 휘하 연합군 함정 291척과 7만5000명의 연합군이 참여한 인천상륙작전은 국군과 유엔군이 초기의 수세에서 벗어나 반격을 시작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자유대한민국을 되찾을 수 있는 초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궁수는 화살이 빗나가면 과녁을 탓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보고, 활은 술 마시고 노는 한량(閑良)의 액세서리가 아닌 이순신 장군의 애국심이 깃든 최종병기라는 진실을 알리고 싶다.

/김사연 인천시궁도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