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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수출대국, 경상수지 707억달러, 외환보유액 3465억달러, 세계 최고의 IT기반, 혁신적 스마트폰 제조기술, 세계가 열광하는 K-pop 등 현재 우리나라의 세계적 위상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이 또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하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이다. 미국에 체류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고액의 보험료 부담에도 불구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병원진료비 문제를 겪게되면,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우리의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는 1977년 최초로 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한 이후 12년만인 1989년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달성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100년 이상의 시행착오를 거쳤고, 가까운 일본조차도 36년에 걸쳐 이뤄 낸 것에 비하면 실로 대단한 성과다. 이에 2004년 이후 53개국에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를 본따르기 위해 방문한 사실을 감안할 때, 우리의 우수한 건강보험제도를 수출할 경우, 관련 정보기술(IT)과 의료기기·의약품·병원산업까지 함께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그러나 형평성·공정성을 잃은 현행 보험료부과체계와 진료비 청구·심사·지불시스템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제도수출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험료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 및 피부양자, 지역가입자로 구분되어 7개 부담유형으로 나누어진 상태에서 소득과 재산 등에 따라 별도로 보험료를 매기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돼 있다. 즉, 지역가입자는 소득, 재산(전·월세 포함)·자동차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에 대해 성별·연령별로 기본점수를 부여해 추가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직장피부양자의 경우 무임승차를 하고 있는데, 120만명 정도가 집을 2채이상 보유하고도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동일 보험집단 내에서는 동일한 부과기준이 적용돼야 불형평·불공정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현행 보험료부과체계는 제도 시행당시 소득파악율이 낮아(소득파악율: 89년 10% → 현재: 92%) 부득이 도입된 것으로 시대변화를 반영해 변경이 이뤄져야 함에도 현재까지 그 틀을 유지함으로써 과도한 보험료 관련 민원을 유발하고(매년 보험료 민원 5700만건 발생) 생계형 체납자를 양산하는 등 제도의 지속가능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사회보험제도가 잘 발달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소득을 중심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고, 부과대상 소득도 모든 소득으로 확대해 가는 추세다. 우리와 가장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타이완의 경우도 2013년부터 부과대상 소득을 모든 소득으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지난해 7월 복지부내 '건강보험료부과체계개선기획단'을 발족하여 소득을 중심으로 부과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개선방향은 무임승차 논란이 있는 피부양자 제도를 폐지하고, 소득중심으로 일원화해 부과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 방향성은 맞지만, 아직도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율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일괄적인 개편보다는 단계적 개편으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신용카드 사용 확대와 현금영수증 제도 도입 등으로 현재 소득 파악율은 92.2%까지 높아져 있고, 퇴직소득, 양도소득, 증여 및 상속소득까지 포함하면 소득파악율은 95%까지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10대 무역국가 대열에 올라있고, 소득 및 경제수준을 감안할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국민들의 의식과 사회적 통합능력은 충분히 성숙됐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이 바로 보험료 부과체계를 시대변화에 맞게 일괄적으로 개편할 적기다.

UN은 2000~2015년 빈곤과 질병퇴치, 모성보호, 환경 등의 8개 과제를 복지플랜으로 삼고, 개발도상국에 이를 시행하도록 유도해왔다. 내년 10월 UN총회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이 2016~2030년 복지플랜을 제안할 예정인데, '보편적 건강보험제도'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복지플랜 제안을 위해 지난 3월10일 월드뱅크와 WHO(세계보건기구) 전문가 79명 등 19개 나라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한국을 찾은 바 있다. 내년은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를 세계로 수출함으로써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험료부과체계, 진료비·청구·심사지불체계 등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주창식 연성대학교 IT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