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출신 메달리스트 릴레이 인터뷰(6) - '사격의 달인' 김세호
▲ 지난 5일 인천일보와 만난 김세호 사격 국가대표 코치가 소총을 들고 사격 자세를 선보이고 있다. 김 코치는 1994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리스트다.
▲ 지난 1994년 히로시마아시아경기대회에서 공기소총 남자단체전에 출전한 김세호가 단복을 입고 개막식을 치르고 있다.
▲ 지난 1994년 히로시마아시아경기대회에서 공기소총 남자단체전에 출전한 김세호(가운데), 채근배(맨 오른쪽), 김성수(맨 왼쪽)가 금메달을 따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지난 1994년 히로시마아시아경기대회에서 공기소총 남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세호(단상 최고층 오른쪽부터), 채근배, 김성수가 메달을 목에 걸고 웃고 있다. /사진제공=김세호 사격대표팀 코치
1994년 히로시마 공기소총 남자 단체전 금메달 주역

국가대표팀 코치로 변신 후배 명사수 양성에 전념

"한국 홈경기 이점 살리면 라이벌 중국 넘을 것"

"관중들 적당한 응원 선수에 큰 힘으로 작용"



사선에 들어가면 오롯이 자기자신과 싸움을 해야하는 스포츠가 바로 사격이다.

경기 중 감독, 코치 혹은 팀 동료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여타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사격은 경기중에 어떤 조언도 해줄 수 없다.

진정한 '나와의 싸움'인 것이다.

김세호 코치는 이런 자신과의 싸움에서 당당히 승리한 명사수다.

지금은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사격 국가대표 코치로 있으면서 후배들이자 사격 대들보를 키워내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 제일의 사격선수, 그것도 모자라 최고의 여사수 여갑순과 결혼한 남자, 인생 자체가 사격인 히로시마AG 금메달리스트 김세호 코치를 지난 5일 옥련국제사격장에서 만났다.



▲인천에서 지난 광저우 영광 재현할 것

"경기도 어려운데 스포츠 발전을 위해 힘써주는 인천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예산문제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4일 인천으로 전지훈련을 온 김세호 사격대표팀 코치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아시아경기대회에는 비인기 종목이 많은데 그런 스포츠를 위해서라도 홈에서 유치하는 아시아경기대회는 큰 의미로 다가온 다는 것이 김 코치의 설명이다.

김 코치는 "사격을 포함해 여러 비인기 종목이 인기 종목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렇게 된다면 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국제대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아시아경기대회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축제이기도 하다.

흔하게 접할 수 없는 기회인 것이다.

김 코치는 "접근성도 좋은 인천에서 경기가 열리는 만큼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하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다보면 생활체육에도 긍정적 효과가 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지난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 사격대표팀은 최고의 성적을 낸 바 있다.

금메달 13개와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를 따내며 도합 28개를 싹쓸이했다.

김 코치는 "지난 광저우 때의 기운을 받아 인천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며 "인천 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의 응원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는 여갑순 아들도 선수 … 사격 가족

김세호 코치는 히로시마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리스트로 유명하다.

남자소총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 코치는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시 한체대 소속으로 당당히 1위로 선발됐던 김 코치의 목표는 개인전, 단체전 2관왕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다. 처음 본 전자표적시스템에 적응할 기회도 없이 바로 사대로 들어갔다.

김 코치는 "처음본 전자표적시스템에 적잖이 당황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하지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후 '군면제' 소식을 듣고 한편으론 좋았다"며 웃었다.

지난 1998년에는 대한민국 언론이 들끓는 사건이 있었다. 김세호 코치가 날린 사랑의 총알은 명사수 답게 동갑내기 여사수 여갑순씨의 가슴에 박혔다.

명사수끼리의 결혼은 한국 사격계에 경사였고, 나아가 대한민국 체육계의 경사였다.

지난해 선수생활을 마무리한 여갑순씨는 현재 경기지도자1급 교육을 받으며 김 코치의 뒤를 이어 지도자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두 명사수의 피를 이어받은 아들 민수(14)군은 부모님의 뒤를 이어 사격계에 발을 들여놨다.

김 코치는 "운동은 어려운 일이라 공부를 시키고 싶어지만 본인이 너무 사격을 원했다"며 "부모님이 모두 유명한 선수였다보니 본인 스스로 부담감을 느끼고 열심히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수 군은 이제 5개월 차 신참 사수지만 현재 기본기를 익히며 부모님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라이벌은 중국 … 조용한 응원은 큰 힘돼

사격에서 가장 주의해야할 상대는 당연히 중국이다.

현재 세계 사격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 코치는 "중국은 공기소총 50m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많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에도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인천이 한국의 홈인 만큼 그 부분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사격은 육상, 수영의 뒤를 이어 메달이 많이 걸려있는 종목이다.

언제나 그랬듯 메달 효자종목으로 그 역할을 다 하겠다는 것이 김 코치의 다짐이다.

김 코치는 사격을 보러오는 관중에게는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사격장은 항상 응원소리 없이 고요하다. 모두가 선수들을 생각해서 조용한 응원문화가 만들어 졌다"며 "하지만 너무 적막한 분위기는 오히려 선수를 더 긴장시킬 수 있다. 너무 시끄럽지 않은 선에서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해주는 관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불빛이 나는 응원도구나 호루라기 등은 당연히 가져오지 않으시리라 믿는다"며 웃었다.

사격은 무엇보다 집중력이 중요하다. 경기가 시작되면 적막한 사격장 안에서 혼자만의 싸움을 시작한다.

실제 살상능력이 있는 총을 다루는 경기다보니 일각에선 위험하게 비춰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코치는 "분단국가에서 어찌보면 한번쯤은 배워야하는 종목이 아닌가 싶다"며 "이미 유럽 등지에서는 인기스포츠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만큼 한국에도 조만간 사격붐이 일어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글 김근영·사진 양진수 기자 kky8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