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선장 등 선원 5명 참석
유족·생존자 오열·분통 터뜨려
▲ 6월30일 인천내항에 정박해 있는 오하마나호에서 '세월호 침몰 관련 현장검증'이 열렸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 등을 태운 버스가 오하마나호를 빠져나오고 있다. /황기선 기자 juanito@incheonilbo.com
세월호 참사 발생 76일째, 인천 내항에 정박 중인 오하마나호에서는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1시10분부터 인천 내항에서 오하마나호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이날 현장검증은 침몰해 있는 세월호를 대신해 여객선 구조를 점검하고,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추진됐다. 현장검증에는 이준석 선장을 포함해 선원 5명, 유가족·생존자 등 4명 등이 참석했다.

재판부는 오후 3시 30분까지 조타실과 기관실, 선원실, 객실, 대피 장소 등 선박 내부와 구명시설, 고박시설 등을 둘러보고, 선박 구조와 선박 내 이동 경로를 파악했다.

현장검증에 참여한 세월호 T·F법률지원단 박주민 변호사는 "기관실 등 여객선 곳곳에 퇴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선내 방송 장치가 있었다. 퇴선 명령을 내리기 어려웠다는 선원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해경 역시 기적을 이용해 퇴선 명령을 내릴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여객선 구조상 기울어진 상태에서 선원들이 기관실에서 올라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승객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한 것은 선장과 선원들이 자기만 살겠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검증이 이어진 후 유가족과 생존자 등은 분통을 터트렸다. 장종열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장은 "현장검증 내내 피고인들은 유가족들이나 실종자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임하지 않았다"며 "승객들에게 퇴선 방송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었던 만큼,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자 전병삼씨는 "뻔뻔한 선원들을 향해 현장검증 현장에서 소리를 치기도 했지만 답답하기만 했다"며 "현장검증 자체가 피해를 입힌 사람들을 구제해주려는 것 처럼 느껴졌다"고 주장했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 아버지 최태신씨는 "오하마나호를 처음 타보니 마음이 착잡해 할말이 없다"며 "퇴선 방송만 제때 이뤄졌어도 내 자식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살았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