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긴장 잠 못이루기도…"올 하반기 中 드라마로 인사"

빅맨.jpg
'그들만의 세상과 맞서는 감성 영웅의 탄생'을 그리겠다던 KBS 2TV 드라마 '빅맨'이 최근 종영하자 온라인에서는 골리앗에 맞선 다윗의 승리라는 평들이 쏟아졌다.

밑바닥 출신이지만 정의로운 젊은이 김지혁이 추악한 현성그룹 경영진을 무너뜨리고 CEO 자리에까지 오르는 이야기는 뻔하지만 통쾌하다.

그런데 정작 '다윗' 김지혁을 연기한 배우 강지환을 내내 괴롭힌 것은 드라마 안의 골리앗 재벌이 아닌, 드라마 밖 '골리앗'들과의 경쟁이었던 모양이다.

드라마 종영과 함께 머리를 붉게 물들인 모습으로 "정말 홀가분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강지환을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빅맨'은 이종석·박해진의 SBS '닥터 이방인'과 이범수·김재중의 MBC '트라이앵글'과 맞붙었다. 빅맨 첫 회 시청률은 6%(닐슨코리아 조사·전국기준)로 '닥터 이방인'(8.6%)이나 '트라이앵글'(8.9%)에 못 미쳤다.

강지환은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죠. 겉으로는 우리 드라마만의 특색이 있다고 떠들었지만 왜 불안하지 않았겠어요"라고 털어놓았다.

김희애·유아인 주연의 JTBC '밀회'까지 무섭게 치고 올라오자 "종편에까지 따라잡힐까 봐 겁났다"는 게 강지환의 고백이다. 

강지환은 당시 여주인공 이다희와 "'빅맨'이 '밀회'보다 뒤지면 배우는 그만두고 각자 모델과 강지환의 연기교실이나 하자"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장난삼아 나눈 이야기라지만 강지환을 비롯한 출연진들의 중압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지환은 월요일 방영분의 시청률이 나오는 화요일 새벽에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느라 잠을 못 이뤘다고도 했다.'

 '빅맨'이 지난 17일 자체 최고 시청률인 12.6%로 종영하기까지 뒷심을 발휘한 주요요인은 무엇일까.

 강지환은 "우리 드라마가 가장 성공했던 이유는 밝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정말 편하게 채널을 돌렸을 때 밝은 사람들이 나오고, 또 밝은 사람들이 잘 됐다"고 설명했다.

강지환은 출연진들의 노력도 적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뻔하지만 유치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대본의 세밀함을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별로 대단치 않은 부분이라도 감독님이랑 배우들이랑 정말 현장에서 이야기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강지환은 그러면서도 선함과 정의로움을 고수하는 드라마의 향로에 대해 중반까지는 제법 의구심을 가졌던 모양이다.

"('밀회'에서) 유아인·김희애 씨는 뽀뽀하는데 우리는 '따뜻한 시장 사람들 좋아요'라는 내용이 펼쳐지니…(웃음) 배우 욕심에 좀 더 건드려 주면, 뭔가 자극적 소재가 있었으면 했습니다."

강지환은 "드라마가 치고 올라가고 있는데 11, 12부 대본을 보고 수평적 느낌이 들어서 무척 불안했다"며 "그러나 나중에는 작가님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것이 정공법이고, 휴먼에 맞춰서 가자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방영된 이 드라마에서 내내 부각된 것은 상식적인 인간다움과 함께 '빅맨'(big man)으로 상징되는 리더십이었다.

강지환은 "우리는 보스보다는 리더를 내세웠다. 리더는 맨 앞에서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그런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는 처음이었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여름향기'로 드라마에 데뷔한 강지환은 작년 연기경력 10년을 채웠다.

강지환은 그 사이 방송과 영화를 오가며 인기를 얻었지만 전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분쟁이 작년 가을 마무리되기 전까지 1년여 동안 홍역을 치렀다.

그런 점에서 작년은 강지환에게 여러모로 지나온 삶과 주변을 곱씹어 볼만한 시간을 가져다준 듯하다.

강지환은 "원래 작품을 끝내고 나면 스트레스나 잔여감이 있어서 자유롭지 못했다. 여행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작년부터는 한 작품을 하고 나면 놀러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빅맨 타이틀롤을 맡다 보니 사실상 지치기도 했다. 옛날에는 제가 주인공이 아니면 대본도 안 보이고 했는데 이제는 제가 조력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강지환과 함께 이번 드라마를 떠받쳤던 또 다른 기둥은 현성그룹 후계자 강동석 역을 맡은 최다니엘이다.

강지환은 "다니엘에게 잘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제가 연기한 지 10년 넘었지만 처음으로 후배한테 가서 고맙다고 말한 거다. 제가 그렇게 말할 '짬밥'은 아니지만 '예쁜 후배'라는 게 어떤 느낌인지 잘 알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류스타인 강지환은 일단 올 하반기 중국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찾아올 계획이라고 했다.

그밖에도 여러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강지환은 "'빅맨'에서 한번 휘젓고 뛰어다니다 보니 앉아서 하는 작품, 차분한 느낌의 작품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개인 강지환 계획에 대해서 묻자 "원래 35살 전에 젊고 잘생기고 돈 많은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 결혼은 쉽지 않더라. 하하하. 다음주부터 땅 보러 다닌다. 나만의 예쁜 집을 만들어서 결혼하는 것이 꿈이다"는 답이 돌아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