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당 노동생산성 30달러 … OECD 평균比 17달러↓34개국 중 28위
납기일 쫓겨 야근·주말근무 맹점 … "효율적 생산라인 구축 논의를"
# 인천 남동구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근무시간 동안 직원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이나 잡담하지 말라고 주문해도, 이를 지키지 않는 직원들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근로자 대부분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이나 긍지가 약하고, 업무의 정도가 시간으로 따져져 임금에 반영되기 때문에 무엇을 신속히 해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들이 '불량품 줄이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불량품 근절하는 게 참 어렵다"며 "납품업체 입장에선 잦은 불량품 발생은 일거리가 끊길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사항이지만, 아무래도 업무에 애착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이 적어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한 제조업체의 생산직 직원인 김모(48)씨는 "직원들 거의가 한 장소에서만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다보니 업무 시간 내내 집중하는 게 어렵다"면서도 "사실 중소기업에서는 오래 일하면 월급을 더 주는 시스템이라 직원들이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기보다 얼마나 더 오래 일하는 가에 대해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많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중소기업들은 일하는 시간에 비해 일의 능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업계가 누구보다 오래 일하는 근로자들을 두고도 일에 대한 능률을 고민하는 것은 임금 체계나 산업계 전반의 분위기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멕시코와 칠레, 터키보다 높지만, 그리스, 체코, 포르투갈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근 한국생산성본부가 2012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자료를 토대로 국가별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국제 비교한 결과,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30.4달러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은 47달러로, 한국은 이에 비해 약 17달러 낮다. 이는 전체 조사 국가 34개국 가운데 28위에 그치는 수준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근로자가 생산하는 부가가치를 근로시간으로 나눈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자 1명은 1시간 동안 30.4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꼴이다.

노르웨이 근로자 1명이 87.1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할 때 같은 시간을 일해도 그 절반 이하의 부가가치만을 얻고 있는 것이다. 지역 중소기업들이 업무 능률을 고민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간에 비례한 임금 정책을 펴는 업계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주요 선진국 연간 근로시간은 미국 1790시간, 일본 1745시간, 독일 1393시간으로 1800시간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2163시간으로 일본보다 418시간 더 일하고, 부가가치 생산은 9.9달러 적었다. 이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납기일에 늘 쫓기는 납품업체들이라 근로자에게 일상화된 야근과 주말 근무 등을 요구하지만, 정작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선 신경을 적게 쓰는 산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이유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성과별로 임금을 책정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 활용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급한 마음에 근로자에게 장기 근로만 요구하고 있다"며 "한가지 업무만 소화하면 되는 게 아니라 거래 업체에 따라 각종 작업을 해내야 하는 업계 상황도 중소기업 근로자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 한 중소기업 지원기관 관계자는 "지역 한 중소기업의 경우 야근 등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때문에 근로자들의 기본급을 소폭 상승시키고 업무시간을 대폭 줄였는데 작업량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오래 일하는 게 능사가 아닌, 효율적인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