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 역행 가격 정책...일부 화장품등 인상 러시 국내 매출부진 만회 전략...서민 체감 물가하락 미미
원화 강세에 가격 고공행진 중인 수입품이 많다. 수입 물가가 원화 강세에 힘입어 하락했다는 발표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필품 물가 하락 정도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어진 원화 강세로 수입 물가가 하락했다는 발표들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5월 수출입 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물가는 전월보다 1.7%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이 컸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4월 1044.55원에서 5월 1024.99원으로 2.5% 하락했다. 수입 물가는 국내 물가에 영향을 준다. 수입 물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르지만, 그 반대면 물가 하락 요인이 된다.

이런 상황에도 요즘 가격이 오르는 대표적인 제품이 수입 화장품이다. 디올·SK-II 등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수입 화장품 가격이 다음 달부터 오른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디올은 다음 달 1일 일부 화장품의 백화점 판매가격을 평균 1.8% 올린다. 올해 3월 일부 제품의 값을 올린 지 약 4개월 만이다.

프레스티지 화이트 UV 컴팩트가 12만원에서 12만5000원으로 4.2% 오르고, 어딕트 립스틱이 3만9000원에서 4만원으로 2.6% 인상된다.

일본산 화장품 브랜드 SK-II도 다음 달 1일부터 주요 제품의 면세점 판매가격을 4%대로 올린다.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고가 향수의 가격도 다음 달부터 오른다. 랑방 향수는 평균 7%, 지미추·몽블랑 향수는 평균 5% 가격을 인상한다. 프랑스 화장품 클라란스는 다음 달부터 백화점에서 파는 영양크림·보디오일의 가격을 4% 내외로 올릴 예정이다. 수입 화장품 브랜드는 원화 강세에도 가격을 올리는 역행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수입 화장품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국내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유가와 원화 강세의 영향에 따른 석유 제품의 국내 소비자가격 하락 폭이 정유사들의 수출 가격에 견줘 낮은 행태도 업계에선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정유사들이 국외 수요자한테는 환율과 국제 시세의 변화를 반영해 발빠르게 대응하지만, 국내 소비자한테는 상대적으로 더딘 가격 정책을 편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류는 원재료인 원유에서부터 중간재와 소비재까지 국내외 가격이 거의 동시에 움직이는데, 국내 제품 가격만 비대칭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가격 결정구조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원화 강세로 생필품 물가가 내려가 물가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달리 소비자들 사이에선 체감할 수 있는 원화 강세의 수혜가 비교적 적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