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투고 ▧
고속도로 상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인연이 된 사람이 상당히 많다.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좋은 인연을 이어가는 분도 있고, 너무도 안타까운 인연의 40대 남성도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단순 후미추돌 사고로 차량파손이 경미하고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어 사고원인 행위 운전자가 과실을 인정해 사고는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피해자인 40대 남성은 차량만 파손되고 사람이 다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속도로는 확실히 사고위험의 노출이 잘 되는 곳이다"라며 다음에는 "고속도로 운행 시 조심히 운전해야겠다"고 했고, 혹시 모르니 병원에 한 번 가서 진료할 것을 권하며 헤어졌다. 사고발생 며칠 뒤 40대 남성 운전자가 사망했다는 비보를 들었다. 처음에는 '지병이 있으셨나' 생각을 했지만 장파열에 의한 사망이었다.

교통사고가 경미했는데 '이런 사고로도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나'는 생각을 했지만 아마도 의학지식이 부족했던 탓일 수도 있었다. 큰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당연히 병원을 가지만, 경미한 교통사고는 그 당시 큰 불편함이 없기에 병원 가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교통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장파열이 의심되는 증상을 알아두는 것도 도움을 주겠다. 아주대학병원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의 말에 따르면 교통사고 발생 시 장파열을 의심해야 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복통을 호소하는 모든 환자 ▲복부팽만이 심하면서 배를 누르면 아파하거나(압통), 배를 꾹 눌렀다가 빠른 속도로 손을 확 떼면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반발통), 배를 누르면 배가 단단해지는 환자(복부강직) ▲복부에 외상의 흔적(특히 안전벨트 자국 등)이 있는 경우다. 병원에서 CT촬영의 경우 복강내 출혈, 혈액의 유무나 장천공시 발생하는 복강 내 공기 등을 확인한다. 기타 각종 고형장기(간, 비장, 췌장 등)의 손상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가장 필수적인 검사 중 하나이다. 다만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출혈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어려워 가능하다면 조영제를 사용한 복부 CT촬영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다.

장파열의 경우 즉시 인지하지 않으면 곧바로 복막염과 이로 인한 패혈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즉시 인지해 최단시간에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장파열 이외 다른 손상이 없다면 마취 후 2~3시간이 걸리는 간단한 수술이다. 교통사고 발생 시 장파열이 의심되는 증상만 인지하고 있다면 사망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에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강명훈 경기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경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