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컨소시엄 법인 포기 … 사외이사 "무산된게 다행"
인천교통공사가 추진하던 필리핀 마닐라 경전철 1호선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사외이사의 반대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가 결국 고배를 마신 셈이 됐다.

공사는 필리핀 정부가 발주하는 '마닐라 경전철(LRT1호선) 운영 및 유지보수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고 1일 밝혔다.

공사는 현지 컨소시엄 법인인 에코레일(ECORAIL)과 함께 이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에코레일이 최근 필리핀 정부와 사전 협상에 나섰다가 양측의 이견으로 사업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레일은 현지 필리핀 업체들이 구성한 법인으로, 공사를 비롯한 국내 경전철 차량 업체도 참여할 계획이었다. 에코레일의 사업 포기는 곧 공사 역시 사업을 포기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 사업은 마닐라 경전철 1호선 기존노선 20.7㎞와 신규노선 11.7㎞의 시설 개선과 운영, 유지보수를 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공사는 이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네 차례의 이사회를 개최했지만, 이사 11명 중 사외이사 5명의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사외이사들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완공과 영종도 자기부상열차, 의정부 경전철 등 대규모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경우 경영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공사는 지난달 9일 사외이사가 전원 불참한 가운데 시와 공사 소속 이사 6명의 찬성으로 이 안건을 가결했다.

한 사외이사는 "무리한 사업 참여가 불러온 당연한 결과"라며 "공사가 현지 상황을 잘 몰랐다는 점이 드러났다. 사업 참여 전에 무산된 게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는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자세한 사항은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