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리스크 … 중기 수출 '적신호'




# 인천 서구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환율에 민감한 이유는 환율 급락 때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당장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다른 국가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쳐지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지역 수출업체 대부분은 환율하락에도 환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인천 남동구의 한 자동차부품 납품업체 대표는 "자동차 산업은 정부의 원·달러 환율 정책이 흔들릴 때마다 극심한 피해를 보는 분야 중 하나"라며 "원·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하게 되면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수익성 보존을 위해 납품업체들에게 단가를 낮추라고 요구해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020원대까지 급락(원화가치 상승)하면서 인천지역 기업들의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5~6월 수출 성수기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중 1000원선까지 하락 가능성을 점치고 있어 지역 수출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연휴가 끝나고 5일 만에 서울외환시장이 열린 지난 7일 원·달러 환율이 1030원을 뚫고 1020원대로 내려 앉았다.

기업은행이 지난달 16~18일 중소기업 105곳을 설문한 결과, 달러 당 1030원을 심리적 저지선으로 설정한 기업이 40.8%를 차지했다. 이들 기업은 달러 당 평균 1052.8원을 손익분기점으로 꼽았다.

환율이 이보다 더 내려가면 채산성이 나빠져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현재 1020원대에 형성된 원·달러 환율은 마지노선을 진작에 넘은 수준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문제는 환율 하락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외환전문가들은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감안하면 연내 세자릿수로 환율이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정부마저 환율시장에 개입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점도 환율하락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상당수의 인천지역 수출 중소기업들은 환율 하락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상태다.

특히,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환율 하락에 별다른 대비책이 없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맷집 약한 작은 기업부터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원·엔 환율마저 하락하면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도 수출 시장 상황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인천지역 중소기업 지원기관 관계자는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출기업들에게 불리한 여건이 계속되고 있다"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내수 침체에 더해 수출기업까지 어려움에 빠질 경우 지역 산업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원진기자 kwj7991@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