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량 감소따라 전달比 도매가 27% 급등
식당·시장 등 소비까지 줄어 '삼중고' 호소

인천지역 오리 판매 업체들이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침체에 납품 가격까지 올라 울상이다.

AI(조류인플루엔자) 영향으로 오리 가격이 한달 만에 27%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6일 한국오리협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오리(생체·3㎏) 도매가격은 9500원으로 전월에 비해 27%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급증했다. AI로 살처분된 오리가 많아 공급량이 대폭 줄어 가격이 올랐다.

실제 통계청의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3월 오리 사육 마릿수는 657만 마리로 전 분기보다 40% 감소했고, 작년 동기에 비해 41% 줄어들었다.

지난 1월 AI 발생으로 살처분된 오리 수는 2월 말을 기준으로 231만2000마리에 이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역내 오리 취급 업체들은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은 오리 구매를 꺼리고 있고, 관련 음식점들은 납품 가격은 오르는데 경기 불황으로 음식값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부평구에 사는 주부 권수현(43)씨는 "AI로 인해 오리 등의 소비를 피하다가 최근 훈제 오리를 사려니까 가격이 너무 올라 놀랐다"며 "오리 가격이 비싸다보니 닭이나 삼겹살로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양구의 한 오리음식점 주인 김모(45)씨는 "3월 들어 거래하던 납품 업체에서 제품가격을 20% 정도 올렸다"며 "올해 초 AI가 발생해 손님이 계속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음식값을 올릴 수도 없어 식당 운영하는 게 힘들다"고 전했다.

반면, 지난 연휴 대형 유통업계는 오리 가격을 대폭 낮춘 대규모 소비 촉진행사를 마련하는 등 고객몰이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오리 데이'인 지난 5월2일에 맞춰 5월1~2일 롯데, KB국민, 신한 카드로 결제하는 고객에게 훈제오리 전 품목을 50% 할인 판매했다.

행사 물량도 평소보다 대폭 많은 총 5만 마리를 준비해 소비 촉진에 나섰다.

지난해 롯데마트의 '오리 데이 마케팅' 행사 기간인 5월1일부터 8일까지 오리 매출은 2주 전보다 305% 증가했다. 지난해 5월 매출의 절반 가량이 첫째 주에 발생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이를 놓고 지역 오리 판매 업체들에서는 대형마트가 오리를 '미끼상품'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부평의 한 전통시장 상인은 "말이 좋아 소비 촉진을 위한 행사지 대량으로 오리를 구입해 단가를 낮추고 시중보다 싸게 판매하면서 손님몰이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오리 사면서 다른 제품도 사라고 유도하는 것인데, 납품 단가에 민감한 영세 업체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진기자 kwj7991@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