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50명당 1명꼴 … 야간업무 후 낮 출근 불규칙
평균 근속 5.7년 …"임금·근로시간·환경 등 열악해"

"언제나 부족한 인원에다 힘들게 일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요."

지난 18일 오전 7시30분쯤 계양구에 위치한 종합병원. 간호사 이모(24)씨는 출근과 동시에 병실을 돌기 시작한다. 피곤함에 화장도 제대로 못했지만 밝게 웃으며 "밤새 불편한 점 없으셨어요?"라며 환자들의 안부를 묻는다. 필요에 따라 정리한 수액과 항생제, 진통제를 각각 확인하고 놓아주고 나니 시간은 오전 9시.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이씨는 전체 환자의 혈압을 재기 위해 다시 병동을 돌아다닌다. 그러는 사이 퇴원하고 입원하는 환자들의 피검사부터 간호정보 확인까지 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르다.

이날 이씨와 함께 전체 병실 50여명의 환자를 맡고 있는 간호사는 전체 12명 중 교대근무로 인해 단지 4명뿐이다. 이마저 데스크간호사와 병실간호사로 나뉘어 실제로 병동을 전담하는 간호사 1인이 느끼는 업무량은 엄청나다. 이씨는 "밥 먹을 시간도 벅차 때를 한참 지나서야 겨우 먹는 처지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정된 인원과 빡빡한 교대근무 속에서 간호사들의 하루는 힘겹기만 하다.

현재 대부분 종합병원(2차 요양병원)과 대학병원(3차 요양병원)에 간호사들은 3교대로 근무를 한다. 병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낮(오전 7시30분~오후 3시30분), 저녁(오후 2시30분~10시30분), 밤(오후 9시~오전 9시) 근무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적은 인원에 근무는 뒤죽박죽인 상태다.

이씨는 "3교대로 돌아가는 근무에 불규칙할 때가 많다"며 "말은 주5일 근무인데, 사실상 6일씩 하는 것은 물론 밤 근무 후에 그 다음날 바로 낮 근무가 잡혀 자고 나면 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수술실 간호사 형편도 마찬가지. 수술실의 경우 3교대로 돌아가는 곳과 정시 출·퇴근을 하며 동시에 위급환자 발생 시 호출을 하는 곳이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새벽에 위급환자 호출을 받아 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다음날은 휴식 아니라 그대로 정시 출근을 해야 한다. 이마저도 어느 정도 인원이 배치된 종합병원과 인턴·레지던트들이 있는 대학병원에 한정된 이야기다. 개인병원에선 인원이 부족해 2교대로 돌아가기도 한다.

신경외과 병원에서 일하는 전모(25)씨는 "일명 '더블'이라 불리는 2교대로 12시간씩 일하는 근무로 수당은 더 받지만 개인시간은 물론 마음의 여유도 없고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다"며 "병원에서 인원을 더 뽑으려 해도 기본적으로 '인원이 적은 병원은 힘들다'는 점을 알기에 간호사들이 지원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2013년 'OECD Health data'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한국의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4.7명으로 OECD 평균 9.1명에 절반 수준이다. 그만큼 간호사 1명이 담당해야 하는 환자 수와 업무량이 많다는 얘기다.

간호사 이모(26)씨는 지난해 환자를 옮기다가 허리를 다쳤다. 치료를 위해 휴가를 받았지만 1주일을 채 쉬지 못했다. 이씨는 "아파서 빠지면 인력 하나가 비는 상황이라 동료 간호사들이 너무 힘들어져 편히 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간호학과를 나와 이 길에 들어서도 버티지 못하고 나오는 이도 많다.

대한간호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가 지난 1월 발표한 '인력기준법 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간호사 근속연수는 5.7년, 조무사는 3.6년이다. 특히 신규간호사 1년 내 이직률은 30%에 달하는 상태다.

대한간호협회 인천지부 관계자는 "임금, 근로시간, 근로환경까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바와 달리 열악한 부분이 많다"며 "무엇보다 간호사 근무환경은 국민의 건강권으로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간호법 제정과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등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기태기자 gitae74@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