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기징역→2심 무죄→3심 무죄 확정
法 "단순 질식 가능성 배제 못해"

지난 2010년 4월 인천에서 발생한 이른바 '낙지 질식사 사건'의 피고인 김모(32)씨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아내며 살인 혐의를 완전히 벗었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2일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낸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김모(3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다만 절도 등 김씨의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로 보고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간접 증거만으로는 김씨가 여자친구 윤모(당시 21세)씨를 강제로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윤씨가 저항한 흔적이 없고 김씨가 보험 계약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낙지를 먹다 질식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살인 혐의를 벗었지만 교도소 생활을 지속해야 한다.

살인 사건과 별개인 절도 사건으로 선고받은 1년6월의 형기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30일 구속된 김씨는 이달 중에 형을 다 채우고 자유의 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다시 법정에 설 가능성도 있다.

현재 김씨는 또 다른 전 여자친구로부터 1억원대 사기 혐의로 피소 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이 사건을 기소할 경우 김씨는 또 다시 형사 재판을 받아야 한다.

김씨는 지난 2010년 4월19일 새벽 인천의 한 모텔에서 윤씨를 질식시켜 숨지게 한 뒤 윤씨가 낙지를 먹다 숨졌다고 속여 사망 보험금 2억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수사당국은 윤씨가 숨지기 한 달 전에 생명보험에 가입했고 보험금 수령인이 법적 상속인에서 남자친구인 김씨로 바뀐 데다 김씨가 보험금을 받고 유족과 연락을 끊으면서 김씨를 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후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고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금전적으로 궁핍한 상황이었다는 점과 여자친구가 고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할 이유가 없는 점 등을 토대로 유죄로 판단했다.

또 윤씨의 몸에 저항 흔적이 없는 것도 남자친구 김씨가 윤씨의 코와 입을 막아 호흡을 곤란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저항 흔적이 없다는 것을 오히려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2심 재판부는 "코와 입을 막아 살해했을 경우 본능적인 저항으로 얼굴 등에 상처가 남는데 이런 흔적이 없고 피고인 진술 외에는 사망원인을 밝힐 아무런 증거가 없어 낙지로 인해 질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범준기자 parkbj2@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