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만(전자·71학번) 동문이 미국 이민 뒤 겪은 어려웠던 생활을 설명하고 있다.


인하대 김창만 동문, 모교 장학금 5억 기탁

1978년 미국으로 이주 … 중견사업가로 명성

"어려운 학생들 희망 잃지 말고 공부하기를"



지난 3일 인천시 중구에 위치한 인하대학교 총동창회 사무실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멀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로(Greensboro)에서 김창만 동문(전자·71학번)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장학금 5억원을 가져온 것.

이번 5억원의 장학기금이 적립됨에따라 인하대 총동창회가 모은 장학금은 설립자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뜻을 기리기 위해 기금을 모금 중인 우남장학회, 1회 총장을 지낸 최승만 학장이 기부한 1억원의 기금으로 진행하는 최승만 장학금 등을 통틀어 20억원이 넘는 장학기금이 마련돼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이응칠 인하대 총동창회장은 "멀리 미국에서 직접 장학금을 전달하기 위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후배들을 위한 장학기금을 마련해줘 고맙다"며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사실 장학금 전달식은 이날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은행에서 5억에 달하는 금액을 찾는 시간이 오래 걸린 탓에 정오가 다 돼서야 진행됐다.


▲ 가족의 권유로 미국행

미국에서 미용재료사업을 하고 있는 김창만씨는 ROTC로 군을 제대한 뒤 1년도 채 되지 않는 준비를 마치고 지난 1978년 2월 미국으로 향했다.

5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미국에서 먼저 사업과 목회활동을 하고 있던 두 형들의 권유로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 정착을 시작했다.

그 당시 시대상황 속에서 그저 잘 살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셈이다.

같은 사업을 하고 있는 형에게 2년동안 사업을 배운 뒤 독립해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선 뒤 어느 덧 중견기업가로 명성을 쌓아갔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한 탓에 교회 장로직을 맡아 틈틈이 봉사활동과 기부도 제법 했다.

종종 한국을 찾곤 하지만 그동안 바쁜 탓에 모교를 찾지 못하다 이번에 찾은 학교는 그가 다녔던 70년대와 너무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는 "오랜만에 찾은 모교는 학창시절과 많이 변해있었다"며 "건물들도 꽤 많이 높게 올라갔지만 미국에서 본 학교들과 달리 학생들은 좁은 캠퍼스 안에서 공부를 하는 모습은 안타깝다"는 소감을 전했다.

옛 학창시절 캠퍼스와 비교해 시설들은 좋아졌지만 여러 단과대가 생기고 학생수가 늘어난 것과 달리 학교 공간은 늘어나지 않아 학생들의 실제 면적이 부족한 부분들이 마음에 걸렸다는 것.


▲2번의 수술 그리고 시작된 나눔
"큰 수술을 두 번이나 겪고보니 삶의 방향을 좀 더 확실하게 나아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1978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미용재료사업에 열중했다. 하지만 그의 삶의 지향점을 바꾼 것은 지난 1995년 간 이식 수술을 받으면서부터다.

그동안 기독교 신앙을 믿는 삶을 산 탓에 재산에 대한 욕심은 크게 없었다.

그에게는 미국으로 건너간 뒤 경제적으로 크게 어렵게 살게 된 것이 본인의 능력만으로 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항상 있었다.

큰 수술을 겪은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 2009년 그는 다시금 수술대에 올라야했다.

이번에는 지난번 받은 간 이식이 문제가 되면서 다시 재수술을 진행해야 했고 동시에 신장이식 수술도 함께 해야 했다.

동시에 두 가지 장기를 이식하는 수술인 만큼 위험도 높았다. 의료진 역시 그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을 주문했다.

미국에 있던 몇몇 인하대 동문들이 찾아와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직접 그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수술이 성공하면서 그는 다시금 새 삶을 찾았다.

삶을 다시 찾은 만큼 이전까지 흑인재단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를 하는 등 자신의 재산을 나누던 것과 함께 좀 더 의미있는 나눔을 찾기 시작했다.

삶의 목표를 나눔에 좀 더 맞추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이미 자녀들도 모두 성인이 된 만큼 부인과의 생활을 좀 더 검소하게 하면 충분히 더 많은 것을 어려운 이웃과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자란 딸 셋은 부모의 영향인지 나눔과 봉사를 생활처럼 하고 있는 것 역시 그에게 이번 결정을 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특히 의대에 재학하고 있는 막내딸은 이미 가나와 중국에 의료봉사활동을 다니는 등 삶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며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내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은 덕분에 이번 장학금 기부 역시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며 "내가 어떻게 고생해서 만든 재산인데라는 생각을 하면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어 "집사람 역시 이번 결정에 대해 흔쾌히 동의해 줘 더 편히 기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는 고학의 어려움

"지금의 어려움은 사람이 단련을 하기 위한 하나의 시련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후배들이 됐으면 합니다."

그는 고교시절부터 이른바 가정교사 생활을 통해 학비를 벌어 생활했다. 덕분에 누구보다 고학의 고충을 절실하게 알고 있다.

인하대 공대에 진학해서도 그의 학비 벌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김창만(왼쪽) 동문이 지난 3일 오전 인천시 중구에 위치한 인하대학교 총동창회 사무실을 찾아 현금 5억원의 장학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1970년대 당시 대학생들 대부분이 학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았고 그 역시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중·고등학생들을 모아 그룹과외 형식으로 학비를 조달해 학업을 이어갔다.

그렇기에 이번 장학금 전달은 그에게 있어 하나의 꿈이 이뤄진 것인 셈이다.

사실 그는 이번 장학금 기부는 익명으로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왕이면 무명으로 기부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동문들이 참여하게 하려면 이름을 밝히는 것이 낫다는 장석철 상임부회장의 설득에 마음을 돌린 것이다.

그는 이번 5억원의 장학금을 토대로 어려운 학생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장학금으로 사용되길 바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부하면 더 많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좀 더 한국사회에서 기부문화가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에 장학금을 직접 들고 찾아온 것이다.

그는 이번 장학금이 인하대 학생들에게만 사용되는 것이 아닌 어려운 학생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인하대 총동문회에 전달했다.

인하대 후배들을 비롯해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이 고학의 어려움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글·사진=김상우기자 theexodus@itimes.co.kr




인하대 장학재단 현황

'등록금 한번 더 내기 운동' 등 활발


인하대 총동창회는 지난 1972학년도 1학기에 당시 등록금 8만1950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면서 본격적인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장학사업을 위해 1990년 5월14일 1억원(예금 2000만원과 부동산 8000만원)을 기본재산으로 재단법인 인하대동문장학회(이하 장학재단)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장학재단은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지도적 인물을 양성하고 교육문화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 이후로 현재까지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인하대 재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동안 모은 장학기금은 인천남부교육지원청의 관리·감독 아래 운용과 지급 등 현황 일체가 관리되는 등 신뢰받고 있고 지난 2012학년도 1학기에는 총 재학생 53명에게 장학금 9129만원을 지급했다.

현재까지 인하대동문장학회로부터 장학금을 지급받은 재학생 수는 총 1729명으로 금액으로 18억9579만원에 달한다.

인하동문들의 꾸준한 장학기금 확충 노력으로 현재 우남이승만박사장학회에 3억4450만원이 약정돼 있으며 인하ROTC동문회 1억2000만원, 전기공학과동문회 1억440만원 등 20여곳의 지정위탁기금 13억3236만원이 모여있다.

이와 함께 20여곳의 단체와 개인장학기금 등을 합쳐 총 20억4658만원의 기금이 조성돼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학업을 지속하는 인하대 재학생들에게 지급되고 있다.

특히 인하대 총동창회는 지난 2008년 인하대 송도캠퍼스 사업을 후원하고 장학기금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24대 총동창회 임원진들이 출범하면서 '등록금 한번 더 내기 운동'을 시작해 후배사랑을 위한 선배들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등록금 한번 더 내기 운동'은 총 1000억원의 기금모금을 목표로 인하동문뿐만 아니라 외부 개인과 기업, 기관을 대상으로 현재까지도 활발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 1005-901-309891(예금주 인하대학교총동창회)

인하대학교 총동창회 인하발전협의회 032-887-2345

/김상우기자 theexodu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