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男 성폭행범 무죄'사건 유죄 인정 … 부작용 개선 필요

남성 장애인이 동성으로부터 성폭행 당한 정황이 충분한데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피고인이 무죄를 받아 논란이 된 '50대 남성 장애인 성폭행 사건(인천일보 2012년 8월3일자 7면)'이 2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그동안 참여재판 배심원들의 온정주의적 판단이 자칫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법조계의 지적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김주현)는 장애로 몸이 불편한 50대 남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57)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해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고 피해시각, 다른 신체부위에 상해가 발생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거나 일관되지 않는 진술을 했다는 것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범행시각이 낮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객실 안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고, 피해자가 평소 알고 지내던 피고인을 무고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선 배심원 7명 가운데 6명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남성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고 성행위 과정에서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등 이유로 무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도 "배심원단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인천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배심원들의 온정주의적 판단으로 유죄를 무죄로 판결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며 "배심원들의 감정이 쉽게 개입될 수 있는 사건에 대해선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개선 조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4월10일 낮 인천 남구 한 여관방에서 평소 노숙생활을 하며 알아온 지체장애 2급 서모(52)씨를 성폭행하고,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박범준기자 parkbj2@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