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의 시대(1)
물류의 중심, 세계의 운하
   
▲ 수로와 운하를 연결해 유럽 관광거점으로 거듭난 이탈리아 베니스.


운하(運河), 내륙에 선박의 항행이나 농지의 관개, 배수 또는 용수를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수로(水路)를 말한다.

운하의 대부분은 육지를 굴착해 만드나 매립을 할 때 남겨둔 수로, 하천에 손질을 하여 만든 인공수로도 운하라 부른다.

운하는 교통수단의 일부로 보기도 하고 베니스처럼 생활의 일부가 된 곳도 있다.

올해 인천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인운하, 경인아라뱃길이 열리면서 인천과 대한민국에 본격적인 운하의 시대를 알렸다. 세계의 운하와 중국, 한국의 운하를 3차례에 걸쳐 조명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운하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경계인 수에즈 지협을 뚫어 지중해와 홍해를 거쳐 인도양으로 이어져 있다. 아시아권과 유럽권을 잇는 중요 거리의 수로로 세계 각국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 최대의 해양 운하다. 전세계 해양 물동량의 14%가 이용한다.

파나마 운하는 중앙아메리카 파나마지협을 횡단해 카리브해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운하다. 카리브해 크리스토발 항구에서 태평양의 발보아 항구에 이르는 82㎞의 수로로 경인아라뱃길의 3배 정도다. 파나마운하는 경사 차이가 있어 크리스토발에서 운하를 11㎞ 항행하면 가툰호에 이르고 가툰갑문에서 해발고도 27m까지 선박을 들어 올린다. 이어 가툰호를 40㎞ 항행하면 파나마지협의 등뼈인 구릉지대를 굴착한 쿨레브라 굴착수로로 연결된다.

베니스는 각종 운하와 수로로 연결된 물의 도시다. 그랜드 운하를 따라 주민보다 더 많은 관광객을 가지고 있지만 로맨틱한 매력이 있다.
 

   
▲ 물 관리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운하.


벨기에 서북부도시의 브루지즈 운하는 유럽과 벨기에에서 가장 인기있는 목적지까지 잘 보존된 중세도시 중 하나다. 요즘은 유명한 운하보트를 타고 브르지즈의 대부분을 볼 수 있다.

호이안 운하는 베트남에서 남중국해의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운송사업은 오래전 다낭의 도시로 이동했지만 호이안은 16세기에 국제항구가 됐다.

독일의 운하

독일은 강과 운하가 잘 발달된 나라다. 북해의 하구인 로테르담에서 라인강, 마인강, 도나우강을 거쳐 여객과 화물이 흑해까지 운반된다. 독일은 또 고속도로와 철도가 잘 발달돼 있어 현재 경제·사회적으로 유럽의 중심국가 역할을 하고 있다. 1990년 통일 이후 정치적으로도 강력한 입지를 확보해 가고 있는 독일의 운하는 80㎞ 이상의 크고 작은 운하가 대략 33개에 이르고 있다.

독일의 RMD(Rhein-Main-Donau) 운하 계획은 793년 프랑켄의 카알대왕에 의해 처음 착안돼 1845년 바이에른의 루드비히 1세가 기술자를 동원해 에어랑엔(Erlangen)에 운하를 건설하기 시작, 101개의 갑문시설을 이용해 도나우와 마인강을 연결하는 운하로 개통됐다.

1921년 RMD주식회사가 설립됨에 따라 대형선박의 왕래가 가능한 본격적인 운하건설이 시작됐다. 건설배경에는 RMD주식회사가 운하를 건설하고 2050년까지 수력에너지의 발전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과 북바이에른 지방의 용수난을 해결해 보려는 것이었다.

물이 풍부한 도나우강과 알트뮐강의 물을 마인강으로 끌어들여 인구 밀집지역인 북바이에른 지방의 일상적인 물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RMD운하는 동유럽 국가들이 서유럽과 용역하기를 희망할 시점인 통일직후인 1992년 개통돼 인근 국가들의 물류교류가 활발해지고 주변국들의 물류 수송정책에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 파나마 운하를 통해 대형 선박이 물류를 운반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수자원공사


RMD운하 주변의 15개국이 운하의 혜택을 보게 됐고 운하건설 초기 주변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했지만 운하가 개통된 뒤에 농가와 중소도시의 숙박업이 사철 많은 수입을 올리면서 숙박업소가 배로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RMD를 이용한 화물은 농산물, 사료, 광석, 비료, 화학제품, 기계, 건자재, 석탄, 석유 등으로 산업 전분야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RMD운하 개통 후 자전거길, 운하시설을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관광자원 등으로 관광객 유치는 물론 첨단기업 유치로 각종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일자리가 창출됐다.

러시아의 운하

러시아 전역에 넓게 펼쳐져 있는 광활한 저지평원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강들이 흐르고 있다. 북극해, 태평양, 발트해, 흑해, 카스피해 유역 등이 잘 알려진 강 유역들이다.

이 가운데 북극해 유역은 대부분 시베리아에 위치하고 있지만 유럽 평원의 북부지역도 포함된 러시아에서도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하천과 운하 등으로 연결되는 내륙수운은 러시아의 교통체계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다. 러시아는 1만6000㎞에 이르는 인공운하 포함해 모두 700여개 이상의 수력 구조물을 갖춘 내륙수로가 장장 10만여㎞ 이상이나 된다.

내륙수로는 수자원 공급, 전력생산, 생태균형 유지, 관광산업 발전 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불가박틸수로(Volga-Baltic Waterway)다. 발틱해와 볼가강을 일련의 운하와 강으로 연결하는 368㎞에 이르는 대수로다. 혹한의 땅에서 운항하고 있지만 매년 평균 항해일이 226일에 이른다. 1964년 똑같은 경로를 이용하던 마린스크 운하를 대신해 건설됐다.

백해-발트해 운하는 백해와 오네가 호수사이 운하프로젝트로 20개월에 걸쳐 1933년 가동됐다. 5개의 바다를 연결하고 있으며 넓은 수요능력을 지닌 배가 운영돼 견실하고 값 싼 수로로 인식되고 있다. 노선은 227㎞.
러시아 내륙수로에 의한 화물운송은 벌크화물이나 석유제품, 목재, 곡물 등이 주종을 이르고 있으며 내륙수운의 국제운송 비중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를 내륙수운이 가장 짧은 통과 운송루트를 제공함에 따라 유럽지역 물류가 백해, 발트해, 흑해, 카스피해 수역을 연계할 수 있어 앞으로 유라시아 교통로에서 화물운송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의 운하

네덜란드는 바다와 강의 수면이 국토보다 높은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물과 싸우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과정에서 네덜란드 사람들은 제방을 쌓는 기술, 갑문을 만드는 기술, 운하를 파고 수로를 연결해 사람들과 물건을 운송하는 기술이 발달했다. 이러한 기술발달로 인해 대형화물을 이동하는 운하가 발전했고 도시는 바다와 강을 이용한 무역의 발달을 비롯한 운하는 수송과 물의 관리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됐다.

암스텔강이 에이셀호로 흘러 들어가는 지점에 만들어진 항구도시인 수도 암스테르담은 북해와는 북해운하로 통하고 라인강과는 암스테르담-라인 운하로 연결된다. 항해용으로 사용되는 이 운하의 총 길이는 78㎞이며 공사기간은 현대화 작업연도를 포함해 1819~1825년에 이른다. 노르트홀란드 주 지역과 암스테르담, 덴헬데르를 잇는다.

북해 운하는 총 연장이 24㎞이며 현대화 작업 연도를 포함한 공사기간은 1865~1876년이다. 27억t의 물을 매년 배수하고 있고 북쪽에는 배수갑문과 펌핑장이 있다. 이를 통해 물 조절을 하는 지역은 4000여㎢으로 세계 최대의 양을 자랑하며 암스테르담과 라인강 운하를 연결하고 있다.

암스테르담-라인 운하는 총 연장 72㎞에 이르고 1952년 현대화작업을 거쳐 완공됐다. 암스테르담은 물 위에 세워진 도시 내부가 운하로 연결돼 있으며 계획적으로 건설됐다. 약 9000척의 배가 해마다 암스테르담 항구에 정박해 5000만t의 선적이 이동함으로써 세계 전체 항만 물동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칭우기자 chingw@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