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양사 주지 능화스님, 불교계 참모습 제시
   
▲ 오는 6월6일 수봉산 현충탑 앞에서'현충재'를 개최하는 능화스님은 불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의 근본은 탐욕이 아닌 사랑이라고 했다. 능화스님이 자신이 주지로 있는 남구 구양사에서 합장을 해 보이고 있다.


머리를 깎은 스님들이 호텔방에 빙 둘러 앉아 맥주를 마시며 벌이는 도박판, "시끄럽게 짖는다"며 몽둥이로 개를 때려죽인 승려, 룸살롱 출입….

요즘 불교계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그것도 하필 오는 28일 '부처님 오신날'을 앞둔 시점에 터져 나오는 비리로 스님들도, 신도들도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그러나 미꾸라지 한 두 마리가 진흙탕을 만드는 법.

지금 세간에 회자되는 불교의 행태가 불교계의 온전한 참모습은 아닐 터이다.

사건의 본질은 무엇일까, 인천의 어떤 스님이 명쾌한 답변을 해줄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능화스님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마침 오는 6월6일 10주년을 맞는 '현충재'를 준비 중이었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능화스님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는 스님들의 도박판은 "있을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며 "속인들도 안 하는 것을 스님들이 더더욱 그래선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도들이 시주를 많이 했으면 스님들이 투잡을 안 뛰었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웃자고 하는 소린지, 스님들을 두둔하는 것인지 알쏭달쏭했다.

그 때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운 격"이라고 정리를 해 줬다.

그럼 동물학대도 빈대의 행동이었을까.

"진돗개를 죽인 분은 아마 자비로운 분이실 것 같습니다. 스님들은 모기를 죽일 때 '대방광불 화엄경'이라고 말하고 탁 쳐서 죽이죠. 모기를 죽이며 불교 최고의 경전을 읊는 것은 해충에게 해탈을 해 좋은 생명으로 태어나라는 뜻입니다. 자비심이 깔려 있다는 말입니다."

"술 먹고 걷는데 시끄럽게 짖어서 홧김에 죽였다고 하던데 그것도 자비일까요?"라고 묻자 이야기가 윤회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옛날엔 도인이 지나가면 그 앞으로 뱀도 못 지나갔습니다. 만약 개를 죽인 스님이 법력이 큰 분이었다면 개가 안 짖었겠지요. 개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요."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죄를 지으면 지옥으로 떨어져 고생을 하다가 개미로 태어난다.

개미는 자기 몸의 6배의 무게를 들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몇 번을 개미의 생으로 살며 업을 씻고 죽으면 한 단계 높은 개로 태어날 수 있다고 능화스님은 설명한다.

"인간 바로 전 단계가 개입니다. 개로 태어났다가 죽으면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개가 사람과 함께 사는 이유는 바로 인간 전 단계의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능화스님은 "이따금 괴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그 사람 개야'라고 말하는 것은 사람의 전생이 개였기 때문"이라며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정신을 놓으면 개가 되는 것이고 정신을 차리면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선과 악도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천사였다가도 잠깐 내 마음을 놓는 순간 악마가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은 (돈과 재물을) 모으려고 온 것도, 잘난 체하며 살라고 세상에 온 것 아닙니다. 인간은 공부하기 위해 세상에 온 존재입니다. 인간이 공부를 하고 또 하면 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 유교에서도 사람이 죽으면 지방을 쓸 때 '현고학생 부군신위'라고 쓰잖아요."

공부의 의미가 너무 광범위해 보였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반석처럼 살아가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며 살아가는 자세, 그런 것들이 모두 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 같은 사람은 정말 공부 많이 한 사람입니다. 돈 벌어서 미국 땅에 200개의 도서관을 지었으니까요."

그가 말하는 공부란 한 마디로 '욕심을 버리고 남을 도우며 착하게 살라'는 얘기였다.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에 대한 스님의 관점이 궁금했다.

"보통 자신이 믿는 종교가 아니면 쳐다도 안 보는 분들이 계십니다. 같은 불교신자라도 다른 절은 가지 않는 분들도 계시구요. 아 가면 좀 어떻습니까?" 그는 "모든 종교의 궁극적 목적은 '사랑'으로 통한다"며 "단지 사회와 문화의 차이에 따라 형식만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따금 다른 종교를 믿는 분들이 저를 찾아와 개종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럼 저는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어차피 종교는 사랑이거든요. 어떤 분들은 자신이 믿지 않는 종교에 대해 이단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그건 내 밥이나 내 빵을 빼앗길까봐 그러는거예요. 그런 분들에게는 여차 잘못하면 3단, 4단, 아니 9단도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불교문제로 돌리기로 했다.

"이번에 비리를 폭로한 성호스님은 결혼을 해서는 안 되는 스님들이 몰래 결혼한 '은처'란 말을 언급하던데요 …."

스님이 기자를 답답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빠르게 물어봤다.

"바닷물 먹어봤어요?" … "네" … "맛이 어때요?" … "짭니다" … "그거 제대로 못 먹어본 겁니다. 바닷물 한 바가지 마시면 짠 게 아니라 엄청 씁니다."

그의 말인즉슨, 중생을 잘 이끌려면 중생의 삶의 깊이를 알아야 한다, 중생들이 다 하는 결혼을 못 해보고 어떻게 그 세계를 알아 중생제도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부처님도 부인과 아들이 있었습니다. 느껴보지 않으면 성불을 못 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럼 결혼 안 한 내시들은 다 성불했겠네 …."

부처님은 그렇다면 인간이란 말인가.

"인간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그가 갑자기 펜을 쥐더니 인(人)자와 불(弗)자를 써내려갔다.

"자 보세요, 부처 불(佛)자는 사람 인에 아닐 불 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사람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철학적인 설명이었다.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 마무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6월6일 '현충재'에 대해 질문했다.

"잊혀진 영혼들을 기리는 행사입니다.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 '충'으로 사는 길을 제시하자는 뜻도 있지요.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 벌써 10년이 됐네요. 그날만이라도 많이 오셔서 지나간 분들을 추모하고, 우리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축복을 전했으면 좋겠습니다."

합장을 하는 스님의 두 손이 부처님의 큰 귀처럼 느껴졌다.

/글·사진 김진국 freebird@itimes.co.kr


● 6월6일 열리는 현충재는

범패와작법무보존회 회장인 김능화(54) 스님이 오는 6월6일 오후 3시부터 수봉산 정상 현충탑에서 여는 '현충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산화한 호국·순국 선열의 영령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의식이다.

올해로 10주년인 현충재는 현충탑 앞에서 봉행돼 붙여진 이름이다.

무형문화재 전승발표를 겸한 올해 현충재엔 회원들은 물론 정아미 국악연주단과 정도사 합창단, 피안사회복지관, 남구불교연합회 등 1천여 명이 참가해 제를 올린다.

범패와작법무는 인천시무형문화재 10-가호로 능화스님은 예능보유자로 등록돼 있다.

그는 21살 때 기술고시 준비를 위해 절에 들어갔다가 출가했으며, 올해로 34년 째 부처님을 모시는 중이다.

능화스님은 인천시 남구 숭의동 '구양사' 주지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