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시민이 보내준 성금 1천만 원으로 만든 빌리사(Bilisa)마을 인근의 우물이다. 지난달 10일 첫 우물을 퍼올리자 마을 아이들이 달려들어 환호하고 있다.


"제발 우물 좀 파주세요."

머나먼 동아프리카 케냐 원주민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지난 2월 285만 인천시민의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성금을 모았고 이 '관심'이 케냐로 전달, 우물이 만들어진 순간.

기적은 시작됐다.

▲우물은 생명수

"이렇게 맑고 깨끗한 물은 처음봐요.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프리카 케냐 가르센 지역 타나강 인근 빌리사와 루 알리 마을에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 2월 인천 시민들이 이 두 마을에 우물을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학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무용지물'로 변해가던 학교.

이 곳에 아이들이 다시 모여 들었다.

하루 3~4시간 물을 퍼나르던 고통에서 해방, 마음 편히 뛰어 놀고 공부할 시간이 생긴 것이다.

학교 옆 넓은 들판, 크나큰 나무 그늘 아래 모여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서 학교는 마을 회관으로 변했다.

팀앤팀 국제팀원들이 우물을 살피러 빌리사 마을을 찾아가자 금세 학교는 파티장으로 변했다.

아낙들은 바로 옆 우물에서 퍼올린 물로 밥을 짓고 음식을 만들었다.

그 시간 아이들과 마을 청년, 어르신들은 환영과 감사의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파티는 하루 종일 계속 됐다.

물 걱정은 옛 말. 신나게 즐길 여유가 생겼다.

마을 촌장 듀드(Dude·49)씨는 인천 시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우물이 생기기 얼마 전 타나강에서 물을 긷던 아이 한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이젠 그럴일이 없겠죠. 인천 시민들이 우리에게 우물이 아닌 생명을 선물 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 루 알리 마을 아이들이 첫우물 물을 맛보고 있다.

▲기적이 시작된 마을

지난해 수인성 질병으로 수십마리의 가축을 잃은 루 알리 마을. 갓 태어난 어린아이 두 명도 연달아 생을 마감했었다.

그 탓에 슬픔으로 가득찼던 마을. 게다가 겨우 수박농사를 시작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물걱정에 시달렸던 주민들이었다.

그랬던 마을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모두 우물 덕이다.

우물을 보고자 찾아간 마을엔 의아한 광경이 펼쳐졌다.

우물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던 것.

마을 사람들은 수박농사로 한시라도 물이 급한 상황이었지만 팀앤팀 직원과 인천시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수차례 물을 퍼나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직원들을 기다렸다.

환영의 인사를 나눈 뒤 드디어 굳게 잠겨있던 자물쇠를 풀었다.

그리고 수차례 펌프를 움직이자 물이 쏟아져 나왔다.

"마지! 마지(maji), 아산티 사나~(Asanti sana)." 마을 사람들은 "물이다 물!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소리쳤다.

눈물을 훔치는 몇몇 주민들 속에서 어린아이들이 뛰어나와 물맛을 봤다.

또 손에 담긴 물을 한참동안 쳐다보고 있다가 세수를 하기도 하고 서로에게 물을 튀기며 마냥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들은 재산과도 같은 몇 마리 남지 않은 염소 가운데 한마리를 선물로 내놓았다.

질 로(jil ro·32)씨는 "우물 덕에 이제 우리마을이 달라질 겁니다.

농사도 편히 짓고 가축도 많이 키울거예요"라며 "더이상 오염된 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일도 없겠죠. 이건 인천시민들이 준 기적입니다. 기적!"이라고 말했다.
 

   
▲ 루 알리 마을에 만든 펌프식 우물가의 전경.


▲이젠 관심과 지원을 보내줄 차례

우물을 만드는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우선 지하수를 확인하고 땅을 판다.

2~3m만 파도 물이 나오는 곳이 있는가 하면 수십~수백m 아래까지 물을 찾아 들어간다.

물이 나와도 수질검사는 필수 항목. 이렇게라도 마음껏 우물을 파줄 수 있으면 다행이다.

땅을 파는 기계가 워낙 고가라 팀앤팀 직원들은 한동안 장비를 대여하는데도 많은 비용이 들어 애를 먹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팀앤팀에서 아예 우물을 팔 수 있는 장비 일체를 마련한 것.

이젠 시민들의 성금이 모일 때마다 우물을 만들 수 있다.

몇 해째 팀앤팀을 지원해 온 김인학 인천파라다이스 호텔 사장은 "작은 관심으로 시작해 매년 팀앤팀을 돕고 있어요"라며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렇게 직접 현장에 와보니 너무도 감격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물 파기 사업에 1천만 원을 선뜻 쾌척한 김광식 ㈜정광종합건설·인천상공회의소 회장.

그는 "쑥스럽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기에 한 일일 뿐입니다"라며 "전 가족들과 여행을 덜 가거나 외식 등 씀씀이를 줄여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어요. 여러분들도 사랑을 실천해보세요. 오히려 더 큰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가르센(케냐)=글·사진 조현미기자 ssenmi@itimes.co.kr



팀앤팀 인천지회는 개도국 우물 개발 비영리 시민단체

팀앤팀은 지난 1999년 설립돼 케냐와 탄자니아 등 개발도상국 지역의 우물을 개발하고 있는 비영리 국제개발 시민단체(NGO)다.

여태껏 아프리카 전역에 파준 우물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

지난해엔 케냐에서만 우물 40개를 새로 파고 207개의 고장난 펌프와 장비들을 손봐줬다.

이를 통해 17만 1천317명이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됐다.

이런 팀앤팀의 유일한 지역지사가 바로 인천지회다.

지난 2010년 개설, 인천 시민들과 기업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총 4개의 우물을 신설,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팀앤팀 인천지회 설립의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은 오로지 '더 많은 지역에 더 많은 우물을 만들어 주는 것 뿐'이다.


● 사업 후원방법

▲우선 가장 손 쉽게 지원하는 방법은 전화다.

ARS 전화(060-700-0225) 한 통에 2천 원을 후원할 수 있다.

▲다음은 통장입금 방식. 국민(064604-04-030039)과 기업(073-056065-04-019), 신한(140-006-340435), 우리(1005-700-973011) 은행 각 계좌로 후원하고 싶은 금액을 보내면 된다.

▲기부자 확인과 정산용 기부금 영수증도 문제없다.

금액을 입금을 한 뒤 전화(02-3472-2225) 한 통이면 모두 해결된다.

▲누리집(www.teamandteam.org)에 가입하거나 팀앤팀 소식지의 정기후원신청서를 작성해 도울 수도 있다.



 

   
▲ 한광덕 팀앤팀 인천지회장

"우물파주기 사업 당연한 일"

인터뷰 / 한광덕 팀앤팀 인천지회장

"우물을 만드는 일은 인천 시민들의 도움으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흰 열심히 우물을 만들고 이 물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시설과 도구의 보급, 위생 교육을 전담하겠습니다."

한광덕 팀앤팀 인천지회장은 시민들의 우물 사업에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했다.

그래야 더 많은 우물을 파주는 건 기본, 농작물 배수로와 펌프, 학교와 화장실 등의 시설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넓은 대지와 비옥한 옥토를 잘 쓰면 당장의 식량난은 해결될 수 있어요. 이와 함께 건강을 위한 화장실, 위생 개념을 알리고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도 없어서는 안될 존재죠."

얼마 전 그에게 온 요청이 있다.

빌리사와 루알리 마을에서 농작용 양수시설과 학교 근처에 화장실을 만들어 줄 수 있는지를 언급했다.

한 회장은 "우물파주기 사업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주변의 힘든 사람들을 아무 이유없이 돕는 것처럼요. 이젠 우물 시설과 함께 양수시설, 학교 등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많은 시민들의 지원과 사랑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가르센(케냐)=글·사진 조현미기자 ssenmi@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