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발전 국제회의 이끈 박주봉 대주중공업 회장
   
▲ 인천시 동구 송현동 대주중공업㈜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박주봉 회장은"99%의 기업체와 88%의 고용을 감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한국 경제의 근본이고 주체"라며"중소기업을 중심에 둔 경제가 돼야만 우리 산업기반이 튼튼하게 정착될 수 있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인천의 한 기업인이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들을 대표해 정부와 정치권에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인천시 동구 송현동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주중공업㈜의 박주봉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

지난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중소기업 발전 국제회의'를 열고 대한민국의 경제 정책 기조를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공식 제기한 그를 송현동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이 국제회의의 준비위원장으로 사실상 이날 행사를 주최한 인물이다.


▲경제정책 기조,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돼야

그가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일은 중기중앙회 회장단과 경제 전문가들,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만나는 일이다.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위한 경제 정책과 공약을 제 정치주체들이 고민해 만들어 내도록 하기 위해서다.

당장 이번주만 해도 양당 지도부와 박 회장을 포함한 중앙회 회장단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고 그 준비를 위해 회장단 미팅이 수시로 열린지도 벌써 오래라고 그는 말했다.

"중소기업인들이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높아져 있어요. 떡볶이·두부·채소가게까지 들어올 정도로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시장 침투가 심각해요. 4년 전만 해도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이 정도까지 심해지고 중소기업이 어려워질 거라는 생각은 안했는데 지금은 정말 생각들이 달라진 거에요."

이같은 불만과 문제의식들이 확산되고 공감을 얻으면서 중소기업계가 지난주 국제회의를 통해 정치권에 제기한 요구가 바로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근절책 마련,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중소기업부 신설을 통한 정책 혁신 같은 것들이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 차단, 동반성장을 위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정착,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질서 확립, 기업형슈퍼마켓(SSM) 문제 해결과 소상공인 지원, 연대보증제도 폐지, 각종 수수료 인하,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에 대한 세부시책과 제도 개선도 역시 주문하고 있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공히 경제 정책의 방점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위주로 옮기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듯한 모습은 고무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정당이 과거 홍준표, 손학규 대표 때도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가 지도부 교체 등을 겪으면서 흐지부지되는 느낌이 들어 걱정입니다."

국제회의는 그래서 준비하고 개최하게 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 정치세력에 우리의 요구를 주지시키고 선거 때 이를 공약으로 못 박자는 공감이 중소기업계에 분명히 형성돼 있거든요. 300만 중소기업인들이 힘을 모은다면 못할 게 뭐가 있겠어요? 우리 요구를 분명히 제시하고 표로 의사를 표시하자는 거죠. 그걸 공식화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식들이 다들 있었는데 제가 나서게 된 거죠."

앞으로 중소기업들이 어떻게 잘 되게 할 건지 명확한 결론이 나 있는 건 없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로 정평 나 있는 독일, 일본, 대만 같은 나라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방향성이나 시사점이 나올 것으로 보고 행사를 준비했다고 박 회장은 부연했다.

이날 행사에서 정치권에 300만 중소기업인들의 염원과 요구를 분명히 전달한 만큼 박 회장은 앞으로 중앙회 회장단과 함께 각당 지도부를 순회면담할 예정이다.

정치권이 이번에 제기된 중소기업계의 요구를 어느 정도 정책과 공약에 반영시킬 것인지도 향후 선거 정국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장의 원동력? … "성실과 신뢰"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던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부지런하고 성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사람들의 믿음을 살 수 있었고, 그 신뢰를 다시 성실하게 관리해 온 거죠."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그는 지난 7일 열린 국제회의에 어렸을 때 육상선수인 자신을 가르치고 응원해준 담임선생과 교무·교감·교장선생, 군에서 인연을 맺은 중대장들을 초대해 행사장 귀빈석에 모셨다.

그가 제대 직후 잠깐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을 때 맺은 코미디언 김미화 씨와의 인연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는 건 이 회사 구성원들이나 그를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잘 알려진 얘기기도 하다.

그의 한결같은 성실함과 믿음을 중시하는 인간관계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그는 후진타오 주석을 포함해 중국 권력서열 1~10위 인물을 모두 만난 매우 드문 기업인이기도 하고 중국 각 성의 성장과 당서기들도 대부분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거리낌없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맥과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이다.


이는 중국이 우리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시작하던 무렵, 어쩌다 수행하게 된 한중교류단의 투자단 단장직을 하며 맺은 인연을 놓지 않고 소중히 여기고 성의를 다한 결과라고 그는 설명했다.

/송영휘기자 ywsong2002@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