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작가 6명'스페이스 빔 국제 레지던시'결과집 발간
거주하며 체험 기록 … 주민들 생활·장소 사진 담아
'배다리 공화국'선포·마을펀드 등 지역재생 제안도
   
▲ 레지던시 결과 보고회에서 원세연(오른쪽) 어린이가 에밀리아의'배다리 공화국'헌법을 낭독하고 있다.


'배다리공화국의 헌법원칙-매우 사소한 것들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지난해 8월 15일~10월 14일까지 진행된 '배다리 프로젝트 앤 프로그램'인 '2011 스페이스 빔 국제레지던시프로그램' 결과집이 나왔다.

'퍼블릭 스튜디오'(PUBLIC STUDIO)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국내외 작가들이 일정기간 배다리에 머물며 체험한 결과를 기록한 생생한 자료집이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은 박혜련·이욱·김혜영(한국), 사비나 그라소(이탈리아), 에밀리아 스카눌리테(리투아니아), 파블리나 믈라데노바(불가리아) 등 모두 6명이다.

박혜련은 결과집에서 지역재생을 위한 현실적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 파블리나의 가족 아카이브. 주민들의 사진과 짧은 인터뷰가 실려 있다.


그는 지역재생을 위한 예산지원규모에 따른 해결방안에 대해 마을 주민들의 힘으로 마을 펀드를 운용해 마을개선을 할 것을 제안한다.

지역개선을 위한 자발적 펀드가 지역내부의 건물수리를 자생적으로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구청 지원의 마을 만들기로 요건을 확인해 적용할 것을 주장한다.

동구의 경우 지원조례가 없으므로 재정지원을 위한 조례를 만들고 시청 지원의 역사문화지구 지정으로 지역재생을 이끌 것도 제안하고 있다.

김혜영은 자료집에서 "시와 구청에 요구해서 타인들이 뚝딱 만들어낸 사업으로 1,2년 안에 완성돼 마을이 확 달라지기를 바라지 말고 주민들이 주인이 돼서 천천히 할 수 있는 작은 사업들부터 함께 해나가는 것이 진정한 마을만들기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어떤 사업이든 주민의 참여와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게 만드는 분명한 경로가 돼 주도록 고안돼야 하며 자체사업에 필요한 사업비를 스스로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사업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그에 대한 사후적 평가를 통해 개선돼야 하며 사업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끌어들이고, 점차 마을만들기의 규모와 종류가 확대될 수 있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사비나는 작업은 주로 사람과 그들이 사는 장소를 고찰한다.

그는 감정들이 분출하는 드라마틱한 무대로서의 도시에 관심을 보인다.

사람들이 관계하며 살아가거나 현실로부터 바로 그려지는 것들 속에서 추상적이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미지들을 만든다.

그는 배다리의 구석과 틈새들 속의 사소한 이야기나 풍경, 행동 관계들을 바라보고 있다.

에밀리아는 배다리라는 공간을 '배다리공화국'으로 선언했다.

'배다리공화국은 인천 동구에 위치한다.

배다리공화국은 2011년 10월8일 자체적인 헌법과 국가상징들-기, 화폐, 도장, 좌우명:매우 사소한 것들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란 헌법원칙까지 발표했다.

헌법의 주요내용은 '모든 사람은 안락한 길과, 휴식공간, 공원, 공중화장실에 대한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은 전기, 온수, 지붕에 대한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은 배다리를 사랑할 권리가 있다' 등 수십 개의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파블리나는 '가족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는 가족 아카이브를 통해 사회(지역)의 기본 구성단위인 가족을 다루는 장소로서의 배다리 의미를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결과물에서 배다리 주민과 활발한 지역예술 대표자인 스페이스빔의 상호소통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 결과물은 흥미로운 개인적 정보를 담고 있는데 배다리 주민 50명의 짧은 서면 인터뷰가 그것이다.


자료집 속에선 인터뷰 대상자의 개인사진과 그들 가족의 이미지가 일치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스페이스 빔은 지난 5년에 걸쳐 동시대 예술가와 창작 담론에 대해 지속적 개입을 시도해오며 얻은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한 차원 진전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밝히고 있다.

민운기 대표는 "이번 자료집은 배다리와 관련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 지역사회에 소개하는 공식보고서"라며 "중요한 점은 도시(재생) 정책과 사업에 있어 민·관 거버넌스가 그 어느 때에 비해 중요해지고 바람직한 사례 창출을 곳곳에서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다리마을의 경우 민간차원에서 함께 상의할 내용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사진제공=스페이스 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