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길 인천시장이 새해를 맞아 지역 최대 현안인 2014년 아시안게임의 성공적인 준비작업과 시 재정건전화를 위해 올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2012년 흑룡해를 앞둔 지난 연말 송영길 인천시장을 만났다.
인천시 재정위기와 지지부진한 도시개발 사업, 삼성 바이오단지 유치 등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마감한 송 시장은 피곤한 모습으로 "아침부터 바닷바람을 맞았더니 엄청 추워서 감기에 걸린 것 같다"며 "대학원 기말시험을 공부해야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바닷바람'처럼 쉽지 않았던 2011년 인천시정에 대한 송 시장의 소회를 들었다.

▲2011년을 보내며 아쉬운 점과 자랑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시정 개혁에 나섰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시가 2011년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한 점이라면 세출예산 구조조정, 세원 발굴, 국비 확보, 투자 유치 등을 들 수 있다. 2011년 우리 시는 지난 2010년 대비 15% 증가한 국비 1조 5천억 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세출 예산을 2010년보다 5천439억 원 줄여 편성했고, 정부의 취득세 인하방침에 맞서 줄어든 만큼 세수를 보전해 줄 것을 요구했다.

투자유치 현황을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LG V-ENS, 동아제약 바이오 연구시설, 만도 브로제 등 2조 5천544억 원의 민간자본과 외국자본을 유치했다.

신세계와 롯데, 이랜드, 대한항공의 대기업 투자 유치도 있었고, 리스 및 렌트차량 유치로 연간 취득세·자동차세 500억 원을 더 걷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재정위기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과 인천도시철도 2호선, 검단·영종 등 시가 벌이는 대규모 사업 때문에 채무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2012년에도 재정 건전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어려운 재정여건 상황에서도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린 점은 자랑할 만하다.

초등학교 무상급식 실시와 중학교 학교운영비 지원은 2011년 무사히 이뤄졌고, 학력향상 선도학교 10개와 잠재성장형 학교 15개 선정을 통해 학력 증진에 힘썼다.

출산장려금 지원과 무상보육 확대, 국·공립 어린이집 증설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도 폈다.

전국 각지에서 우수학생들이 몰리는 자율형 사립고 및 채드윅 국제학교 설립 등도 모두 2011년에 이뤄졌다. 서울 강남 등지에 사는 학생들이 채드윅 국제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지금까지 인천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2012년 임하는 자세를 사자성어로.

- 2011년 우리 시는 순수한 마음과 열정으로 사심없이 정성을 다해 일하자는 뜻으로 '적성보인(赤誠報仁)'을 사자성어로 정했다. 2012년 사자성어는 '동심동덕(同心同德)'이다.

동심동덕은 상서(尙書)에 나오는 말로 같은 목표를 위해 서로 힘쓰고 돕는다는 뜻이다. 재정난 극복과 구도심 개발,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최 준비 등 시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과 시민이 함께 힘을 모으자는 뜻으로 정했다.

▲2012년 시정 중점 사항은.

- 시장직을 맡은지 1년 반 동안 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긴 어려웠다. 2011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모든 분야를 꼼꼼히 챙겨 본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2012년 시정 운영은 아시안게임 준비와 도시철도 건설, 인천형 복지도시 실현, 건강한 경제도시 건설, 서해 평화정착이라는 5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은 월드컵, 올림픽과 더불어 세계 3대 국제 행사로, 우리 인천은 대외적으로 도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이와 함께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 시기에 맞춰 인천도시철도 2호선을 차질없이 완공하겠다. 대회 시설 확충으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감동적인 대회를 개최하자는 게 내 목표다.

사람 투자는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인천형 복지도시 모델로 내놓은 정책이 바로 '3-Care'다.

아이 키우기 좋은 무상보육도시(Child-Care)와 교육도시(Edu-Care), 청년 일자리 도시(Job-Care) 등 3-Care 정책을 통해 인천에서 태어난 아이가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정책적 순환고리를 만들겠다.

건강한 경제도시 건설을 위해 바이오와 항공물류산업 등 차세대 성장동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인천에 투자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공존할 수 있는 시책도 계속 발굴하겠다.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전략적인 개발 방향도 계속 구상 중이다. 송도는 바이오, 영종은 항공 레저산업, 청라는 자동차 산업 중심으로 차별적인 개발에 나서겠다. 국내 대기업을 인천에 유치해 전체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고 구도심을 살리는 데 큰 보탬이 되도록 만들겠다.

서해 평화정착은 그동안 '분쟁의 바다'였던 인천 앞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기 위한 키워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냉전의 경계였던 인천 앞바다를 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인 백령도 물범처럼 평화의 상징으로 바꿔야 한다.

앞으로도 영·유아 및 산모 지원과 말라리아 방역사업 등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은 계속 추진된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인천평화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개최와 아시안게임 개최로 남북 교류에 힘쓰겠다.

이밖에도 소통을 중시한 시정 운영을 계속 이어가겠다.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과 계양산 골프장 사업을 포기한 것은 시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한 결과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시민들이 한결같이 믿어주신 덕분에 앞으로 민선 5기 '경제수도 인천'를 만드는 데 힘쓸 수 있겠다.

▲총선과 대선에 대한 입장과 기대는.

- 어려운 질문이다. 시장 입장에서 여·야 정치인 중 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사실 내 입장에선 누가되도 좋다. 누가 되던간에 인천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이면 그보다 더 좋은 사람이 있겠나.

우리 시는 지금 '인천 발전을 위한 10대 아젠다'를 만드는 중이다. 인천 10대 아젠다는 앞으로 시정 운영의 중심이자 지역 정치인들이 꼭 챙겨야 하는 중요 현안이 될 것이다.

2012년 인천 발전을 위해서도 10대 아젠다를 챙겨주는 정치인들이 꼭 필요하다. 대선과 총선에서 여·야 정치인 중 누가 당선될지 알 수 없지만 우선적으로 인천 현안이 처리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새해 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세계 경제 상황이 그다지 밝지는 않다. 하지만 인천의 분위기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면서 공항과 항만을 가진 인천은 세계로 뻗어나갈 잠재력이 충분하다.

인천 학력도 점점 향상되는 중이다. 초·중학생 학력이 올라갔다는 증거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교육 때문에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자식을 교육시키기 위해 찾아오는 도시로 만들어 가겠다.

2012년은 1952년 임진왜란이 일어난지 꼭 420년째가 되는 해다. 당시 조선은 7년간 전쟁을 겪은 뒤 논·밭의 70%가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정도로 황폐했다. 하지만 우리는 쓰러지지 않고 지금까지 빛나는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선조들이 그랬듯이 인천시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로 재정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부강하고 자유와 평화가 넘치는 인천을 물려줘야 한다.

280만 인천시민 앞에서 약속하겠다. 재정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드는 도시, 동북아시아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악한 것을 물리치고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용의 해에도 모든 인천시민이 건강하고 편안한 한 해가 되시길 바란다.

/남창섭·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