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2014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 제3대 위원장


 

   
 

불필요 예산 축소·마케팅 확대 … 경제적 대회로
첨단IT·전통문화 접목 경기 운영 능력 뽐낼 것




인천시 중구 전동에서 태어난 소년은 인천중학교를 바라보며 꿈을 키웠다.

축현초등학교 4학년, 6·25로 인해 부산으로 피난을 떠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천중학교 진학은 소년의 목표였다.

하지만 휴전과 함께 온 가족이 서울에 정착하며, 인천중학교는 소년의 아련한 추억이 됐다. 이후 6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인천중이 아닌 서울중학교를 졸업했고, 서울고와 서울대를 나왔다.

서울에 살며 제14대 국회의원(민자당·비례)까지 지냈다.

서울 사람으로 살아오며, 고향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질 무렵 인천이 먼저 그를 불렀다.

고향은 그에게 채 3년도 남지 않은 인천아시안게임을 맡아달라고 했다.

신임 김영수(69) 2014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장을 만났다.

백발이 돼 고향에 돌아 온 그는 "난 참 운이 좋다"며 말문을 열었다.

언젠가는 고향을 위해 한번쯤 봉사했으면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좋은 기회가 찾아와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는 것이다.

"인간 사주(四柱)도 대운(大運) 앞에선 못 버티죠. 저에겐 대운이 있는 모양입니다." 김 위원장 인생 여정에 고향 인천은 대운으로 다가왔다.

▲'도전' 그리고 '성공'

1987년 서울지방검찰청 공안부장 재임시절, 인생을 바꿀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특별 보좌관으로 활동했는데, 안기부 차장 자리로 오라는 제의였다.

"검사들의 꿈은 검찰총장입니다. 고민 끝에 제안을 수락했죠."

검찰총장 꿈을 접고 선택한 안기부 차장직은 그에게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터줬다.

14대 총선에서 민주자유당 비례대표로 뽑혔고, 그렇게 정치 인생은 시작됐다.

이후 문화체육부 장관, 한국농구연맹(KBL) 총재직을 역임했다.


그리고 제3대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처음엔 무척 망설였습니다. 과연 인천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스스로 묻고 또 물었죠."

결론은 역시 새로운 도전의 선택이다. 고향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온 힘을 쏟아 부어야겠다는 각오가 선 다음이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역대 최고의 대회, 다른 나라들이 모델로 삼을 만한 가장 모범적인 대회로 만들겠습니다."

고향에서 열리게 된 아시안게임에 좀 더 차별화된 콘텐츠를 적용해 40억 아시아인에게 진한 감동을 안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됐다.

우선 실전단계에 돌입한 대회 개최를 위해 조만간 주관 방송사 선정을 마무리하고 대회후원사 마케팅에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이어 아시안게임의 만성 적자 해소를 위해 일본·중국 등 메이저 국가들의 방송중계권료를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외로 극심한 경제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 불필요한 예산은 줄이고 꼭 필요한 예산은 국고로 확보해 예산상 내실을 기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을 방침이다.

"앞으로 남은 2년9개월의 준비기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시작이란 각오로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겁니다."

▲'믿음' 그리고 '화합'

문화체육부장관 재임 때 2002월드컵 유치가 최대 이슈에 올랐다.

"당시엔 꿈도 못 꿨죠. 한국이 일본과 함께 월드컵을 유치하리라곤 아무도 생각치 못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김영수 위원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월드컵 유치를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는 유치위원회 구성원에 대한 믿음이 있어 가능했다.

결국 한국은 월드컵을 유치했고,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렀다. 김 위원장이 주장하는 믿음의 조직문화가 완성된 것이다.

그는 "조직문화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과거 공무원 사회에서의 파견은 기피 대상이었지만, 현재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근래엔 우수 공무원이 파견 근무를 선호한다.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그는 "조직원을 믿는다. 우린 만만한 팀이 아니다. 직원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안게임 조직위는 현재 170여 명으로 구성됐다. 향후 대회를 앞두고 400여 명까지 확대된다.

그는 "신뢰를 통해 조직 화합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 인사정책에 의해 우수 인력이 대거 조직위에 있습니다. 이들을 각각 재능에 맞게 적재적소에 배치해야죠."

"당분간 조직위의 직제개편은 없을 것"이란 말과 함께 였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통솔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최근 김 위원장 취임에 관한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OCA는 "한일 월드컵 유치와 한국프로농구연맹을 이끈 수장으로서 김 위원장을 높게 평가한다"며 "체육계의 경험 등을 감안할 때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로 기대된다"고 했다.

▲시민에 의해, 시민을 위한 대회

김영수 위원장 부임 전까지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와 인천시는 소통부재 등을 이유로 갈등을 겪어 왔다. 여기에 시민단체도 조직위의 폐쇄성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특수법인인 조직위원회가 중앙정부 차원의 시각에 치우쳐 업무를 실행해 왔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좀 더 인천의 시각에서, 또 시민의 눈높이에서 업무를 구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아닌 인천의 입장에서 대회를 준비하고 치르겠다는 설명이다. 시민단체의 우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시민단체들의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아시안게임 개최는 아시아 국가들과 우리나라와의 일종의 국제계약이다"며 "인천만의 게임이 아닌 국가가 개최하는 대회라는 점에서 정부와 조직위,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의 심각한 재정난에 기반을 둔 시민단체의 우려를 대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계약을 어길 경우 막대한 금전적 페널티도 따르게 돼 있다"며 "최대한 경비를 줄이고 마케팅을 확대해 경제적 대회를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효율적 대회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정보통신(IT)과 전통문화를 꼽았다. 첨단 IT를 토대로 최고의 대회운영 능력을 선보이고, 한국 전통문화를 접목시켜 아시아인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여기에 스포츠 후진국에 대한 따뜻한 배려까지 더해진다면 틀림없이 역대 최고의 아시안게임이 될 것이란 믿음을 전했다.

"나의 장점 중 하나가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겁니다. 상대방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해하지 못 할 것이 없죠. 소통단절에서 오는 문제는 더 이상 없을 겁니다."

/배인성기자 isb@itimes.co.kr




■ 프로필

● 출생 : 1942년 5월10일(인천시 중구 전동)
● 학력 : 서울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법학사), 서울대학교 사법대학원 수료, 국방대학원 수료
● 띠 : 말띠
● 별자리 : 황소자리
● 경력
제5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지방검찰청 검사(1971), 국가안전기획부 1차장(1990~1992), 제 14대 국회의원 (민자당), 대통령 민정수석 비서관(1993. 3~1995. 12), ㈔한국프로농구연맹 총재(2004. 5~2008. 8)
● 상훈
1995 황조 근정훈장
1997 청조 근정훈장
● 저서
<발상을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