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식 초대 통합인천교통공사 사장
   
▲ 통합인천교통공사 오홍식 초대 사장이 지난 16일 조직통합으로 불가피해진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노사협의 통해 조직 개혁 투명성 중점 인사 펼칠 것"
"스크린도어·점자블록 확충 시각장애인 낙상사고 예방"
"월미레일 문제점 찾아 빠른시일내 정상화 추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해야 하는 과제와 맞닥뜨렸기 때문에요."

지난 16일 오전 기자가 찾아간 인천메트로 사옥 지상 2층 통합 인천교통공사의 임시사무실은 부산한 분위기였다.

인천시의 지방공기업 경영정상화 방침에 따라 인천메트로와 인천교통공사의 통합 작업을 진두지휘 중인 오홍식(57) 초대 통합 인천교통공사 사장.

오 사장은 "정신 없이 일과를 소화하느라 요즘 입에서 쓴내가 난다"고 했다.

최대 현안은 역시 조직통합으로 불가피해진 구조조정 문제.

그는 "거대 조직의 통합이기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조직통합의 밑그림은 노사협의를 통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행 '본부장-부장-팀장' 체제를 '본부장-팀장'의 능률체제로 개편하고 47개 직위의 팀장은 공모제로 선발하겠다고 설명했다.

양 공사 전 직원에 대한 직무분석이 마무리된 만큼 3급 이상 직원은 심사와 업무능력 평가를 거쳐 재배치하는 인선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직무만족도 평가 결과 상당수 직원이 인사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통합 공사의 인사는 투명성과 객관성 확립에 중점을 둘 겁니다."

지난 15일 교섭대표단체와 상견례를 겸한 첫 노사 임원 간담회를 갖고 이런 의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노조원들의 마음도 (조직을 살리자는)저의 생각과 다르지 않을 거예요.사소한 차이는 능히 극복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인천메트로와 인천교통공사의 현원은 1천113명이고 4개 복수노조가 활동 중인데 교섭권을 가진 대표노조와 현안을 협의해 가면서 조직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직무분석 결과를 토대로 시와 긴밀히 정원 조정작업을 벌이는 중"이라며 "행정지원부서는 슬림화하고 잉여인력은 서비스부서에 보강하는 방식으로 적정 배치하겠다"고도 말했다.

구조조정 희생자(?)에겐 어떤 복안이 있는 걸까.

"향후 일 년간 점진적으로 구조조정하되 구조조정 대상자에 대한 생활대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할 거예요. 2013년 시범 운행하는 인천도시철도2호선 운행요원으로 투입하거나 위탁역 운영을 맡기고 월미은하레일 운행에도 투입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죠."

월미은하레일. 막대한 시비를 들여 건설했지만 안전성 논란이 일면서 2년 동안 놀리고 있는 골칫덩이는 또 어떻게 풀어 나갈지 궁금했다.

"월미은하레일은 정상화 돼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논란이 된 '안전성'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겠죠. 송영길 시장의 입장도 저와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월미은하레일 운행에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 운행정상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길 참이다. 기술적 부분을 점검한 뒤 이를 토대로 정상화 방안을 강구한다는 생각이다.

"국가기관과 힘을 모으면 좋은 해법이 나오리라 기대해요. 시의회와도 긴밀히 협의해 빠를 시일 내 정상화함으로써 시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월미은하레일을 선보이겠다"고 자신했다.

인천도시철도1호선의 미흡한 안전시설이 도마에 오르는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 사장은 "현재 송도연장선 구간 이외 기존 시가지 구간의 스크린도어, 캐노피 등 안전시설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잘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예산 확보가 큰 관건인데…"라며 한동안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윽고 "시와 적극 협의해 가급적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개최 이전에 100% 설치 완료토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시각장애인의 지하철 이용 편의와 낙상사고 예방을 위해 역사 내 점자유도블록 보강도 서두르겠다"고도 덧붙였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인천도시철도1호선 수익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묘책은 있는지 물었다.

"지금 인천도시철도1호선의 승객 1인당 수송단가는 약 1천700원입니다. 그런데 실제 운임단가는 1인당 680원 꼴로 1인당 약 1천100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요. 우리 공사 입장에선 운임 현실화가 가장 확실한 해법이자 유혹이지만 서민의 발인 지하철이 지닌 공공성을 도외시할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뭘 어떻게 하자는 걸까.

"운임 인상을 통해 서민 부담을 주기보단 공격경영을 통한 부대수입 창출로 누적적자에서 벗어날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역세권 개발, 광고 수입, 매점 임대수입 등의 증대 등이 그것입니다."

역세권 개발의 경우 부동산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나면 작전역, 계양역(공항철도 환승), 원인재역(수인선 환승), 서구청역(인천도시철도2호선) 등은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게 오 사장의 계산이다.

공사가 풀어야 할 또 한 가지 숙제.

인천종합터미널 건물에 장기임차 중인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의 '짜디 짠' 지역사회 공헌 논란.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매출액에 비해 인천지역에 환원하는 기여도가 미흡하다는 시민단체와 언론의 지적에 공감합니다. 백화점 측과 협의해 지역사회 기여도를 끌어 올리도록 힘쓰겠습니다. 임대료 산정기준이 합리적인지 여부도 다시 분석해 만약 불합리하다면 계약 수정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할 거고요."

예산 낭비 논란으로 감사원 감사까지 받아야 했던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에 대해서 추궁했다. 그는 당시 축전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아쉬움은 많지만 후회는 없어요. 제가 원해서 그 자리에 갔지요. 다만 '예산 낭비다',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했다' 등의 논란은 큰 상처였어요. 송도국제도시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인천이 '글로벌 브랜딩'을 해야 하는 시기여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었다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당시 축전은 미국 CNN 방송 등에 생중계되면서 인천과 송도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기폭제가 되지 않았나요? 600만 명 넘는 관람객이 송도를 찾았고 25개 국이 참가하는 각종 국제행사가 잇따라 열렸죠. 축전에 든 예산은 인천의 먼 장래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봐요. 하지만 앞으론 보다 신중히, 더 많은 시민여론을 수렴한 뒤 대규모 행사를 열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봅니다."

신경이 곤두선 것 같아 분위기를 바꿔 봤다.

"인천교통공사에 경사도 있지요?"

오 사장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공사는 새해 7월 1일 정식 개통하는 의정부 경전철 운영을 수탁 받은 터다.

"위탁운영자 선정 입찰에서 서울메트로와 경합 끝에 우리 공사가 운영권을 따 냈지요. 10년 간 970억 원을 받는 조건이어서 연간 20억~23억 원의 순수익이 기대됩니다. 현장 투입요원 60여 명의 인건비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우리 공사 임직원들의 땀방울로 쌓은 전철 운영 노하우를 인정 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며 자랑스럽습니다."

60여 명의 의정부 경전철 운영요원 중 현재 30여 명이 이미 파견 나가 시운전 중이라고 한다.

묻지는 않았지만 하고 싶은 말도 있지 않을까.

"시민과 공사가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서 약간씩만 배려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교통환경이 구축될 것이라고 봅니다. 집에서 걸어 나올 것, 차 타는 곳까지 걸어갈 것, 갈아 타줄 것. 이 세 가지를 시민 여러분에게 당부합니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대중교통은 우리 모두의 편리한 발이 돼 줄 겁니다."

/윤관옥기자 okyu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