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관 사진가


 

   
 

포토그래픽 아티스트(Photograpic artist·사진가). UN은 지난 해 최병관(62) 사진가의 전시를 개최하면서 '사진작가'(professional photographer)가 아닌 '사진가'란 칭호를 부여했다.

사전적 의미로 볼 때 사진작가는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므로 그 의미가 광범위하다. 반면 사진가는 예술가란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는 개념이다.

사진가 최병관이 오는 14일 오후 2시 남동문화예술회관에서 '뜻이 옳으면 하늘도 감동한다'란 주제로 강연을 한다.

그는 강연에서 사진을 처음 시작한 1983년부터 지금까지 30년 간 걸어온 사진가의 길을 소개한다.

휴전선 155마일과 UN전시, 소래의 과거와 현재, 남동구 생태공원·갯벌·인천대공원, 예술적 작가의 모습, 그리운 어머니 등 최병관은 이날 7가지 주제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자신의 고향 소래포구에서 강연을 하게 된 그를 미리 찾아갔다.

 

   
▲ 2008년 작품.


"소래 촌놈이 UN까지 가게 된 얘기를 해주려고 해요. UN에서 사진전시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거든요."

최병관이 UN전시에 처음 도전한 시기는 현 반기문 총장 전, 코피아난 총장 때부터였다. 그는 이때 UN에 전시계획을 제출하면서 '휴전선 155마일을 누비면서 사진을 찍었다.이를 UN에서 전시하려는 이유는 한국전쟁 때 참전한 나라들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과는 '불가'였다.

"UN 관계자가 말하기를 전세계 사람들이 UN전시를 희망하고 있지만 아무나 전시를 허락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첫 제안을 거절당한 뒤 반기문 총장이 취임하셨지요. 그래서 다시 한번 전시계획서를 냈는데 또 퇴짜를 맞았어요. 만약 제 전시를 허락하게 되면 190여 개국에서 굳이 한국만을 홍보하게 된다는 이유에서 였지요."

그는 재도전 한다. 그렇게 '삼고초려' 끝, 2010년 마침내 최병관의 UN본부 사진전이 결정된다. 그것도 개인의 자격으로 말이다.

"전시조건이 철저히 예술성이 있어야 하고 UN이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해야 하며, 상대 나라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했습니다. 두 번 떨어지고, 세번 째 서류를 냈을 때 UN이 제게 공식적으로 포토그래퍼가 아닌 포토그래픽 아티스트란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120여 개국 대사가 다녀갈만큼 UN전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국가원수가 와도 50~60여 개국 대사만이 발걸음을 하는 전례를 볼 때 이는 놀랄만한 결과였다. 뜻이 옳으면 하늘이 감동한다는 생각이 든 때가 바로 이 UN전시를 하게 됐을 때였다.
 

   
▲ 2005년 작품.


UN전시가 전세계적 프로젝트였다면 소래포구는 가장 지역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을 시작한 게 1983년도 입니다. 낮엔 일하고 밤이나 휴일엔 공부하면서 독학을 했어요."

30년 전, 그는 처음 카메라를 잡는다. 어머니와 고향. 그를 사진의 세계로 끌어들인 건 바로 그 두 가지였다.

"처음부터 작가가 되려는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자꾸만 노쇄해 지시고, 어머니처럼 고향 소래의 모습이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었지요. 더 변하기 전에 모습을 남겨두고 싶었어요."

최병관은 어머니와 고향땅에 관한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가장 좋은 방법이 사진이라고 생각한 그는 틈 나는대로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다. 생계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갖고 있던 땅뙈기를 처분해 사진에 투자해야 했다.

"흔적을 남기고 싶었던 것 뿐인데, 자꾸 찍을수록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빛과 어둠. 그 빛으로 그려지는 아름다운 세계는 정말 미치도록 아름다운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현실에서,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빛의 세계, 최병관은 그 매혹의 심연에 빠져든다. 그의 다큐멘터리는 점차 예술로 진화한다. 그렇게 30년을 건너온 그의 사진은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예술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물하고 있다.

"고향, 길, 뭐 여러 가지 주제로 사진을 찍어오고 있어요. 20년 동안 찍어서 한 두 점 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는 한 장의 사진을 창작하기 위해 한 장소를 수백, 수천 번 찾아가기도 한다. 봄·여름·가을·겨울, 하루 24시간 시간은 시시각각 현실을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은 그렇게 수십년 만에 탄생한 것들이다.

"사진촬영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사진은 피사체를 찍는 것이지만 작가가 창작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단순하게 찍으면 현실묘사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사진에 내 마음과 생각을 담으면 비로소 작품이 되는 겁니다."
 

   
▲ 최병관은 지난해 7월 UN본부에서'휴전선 155마일'전시회를 가져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책장 가운데 그가 반기문 UN사무총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 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피사체를 찍었는데도 사진이 다른 것은 주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그렇다. 그의 사진을 보면 사진은 100% 창작예술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는 협회도 조직도 모른다. 사진가는 오직 사진으로만 말할 뿐이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 간 그의 유일한 친구는 니콘FM2 카메라 뿐이었다. 일본의 동경예술대학에서 교수직을 제안했을 때 거절했던 것도 사진으로만 세상과 소통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보다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법도 하지만, 그런 삶을 그는 거부한다.

"어디서 배 부르게 먹을 것도 없어요. 그냥 밥 먹고 살면 되지 않아요? 사진가가 사진만 찍으면 되지 다른 무엇이 필요있겠어요… 어! 김 기자, 지금 나가야 겠는데! 부족한 건 전화로 합시다."

한 송이 두 송이, 하늘에서 갑자기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그가 서둘러 카메라를 집어든다. 견고해 보이는 수동카메라를 들고 문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이 태산처럼 다가온다.

/글·사진=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