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보호장비 들고 출동 … 목숨 건 대가'월 5만원'
낡은 보호장비 들고 출동 … 목숨 건 대가'월 5만원'
  • 박범준
  • 승인 2011.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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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계속되는 소방관사고 … 처우개선 왜 시급한가
   
▲ 지난 2009년 남동구의 한 음식점에서 불이 나 남동소방서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화마가 언제 이들을 덮칠 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소방관들은 사용연한을 넘긴 안전 장비에 의지한 채 불을 끄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제공=인천소방안전본부


지난 3일 경기 평택 송탄소방서의 두 소방관이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고 이재만(39) 소방위와 한상윤(31) 소방장이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 덕분에 또 한번 소방관들의 처우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천에서도 매년 소방관 17명이 화재 현장과 구조 활동 현장 등에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는다.

280만 명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업무에 매진한 결과다.

이들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시민들의 목숨을 구해야 한다. 화재 현장에서 동료를 잃거나 자신이 큰 부상을 입어도 또 다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게 바로 소방관들이다.

그러나 사회는 이들의 처우에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이들의 화재 보호 장비는 사용연한이 지난 것들로 넘치는데다 매달 지급되는 위험수당은 5만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온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이유다.

 

   
 


▲믿을 건 생명보험과 사용연한 넘긴 보호 장비

지난 2006년부터 올해까지 순직 또는 공상 처리된 인천 소방관은 총 99명(순직 4명, 공상 95명)이다. 해마다 평균 16.5명이 화재 현장 등에서 숨지거나 다치는 셈이다.

특히 화재 현장은 어떤 위험 상황이 발생할 지 예측 불가능하다. 실제로 고 오관근 소방장(당시 44)의 경우가 그랬다.

오 소방장은 지난 2006년 10월5일 인천 서구 한 공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중 갑자기 건물이 붕괴돼 건축물 잔해에 깔리는 변을 당해 숨졌다.

오 소방장의 사고처럼 소방관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된 상황 속에서 목숨을 걸고 불을 끄고 있다.

소방관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건 안전 장비뿐이고 이것들은 최상의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인천소방안전본부에 확인한 결과 인천지역 소방관들의 공기 호흡기 세트 중 마스크는 절반이 사용연한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본부는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사용연한이 지난 마스크를 새것으로 바꿔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뿐만 아니라 각종 소방장비들도 예산 부족으로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관의 처우도 한참 부족하다.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들은 월급 외에 월 생명 수당으로 13만 원을 지급받는다.

위험수당 5만 원과 화재진압수당 8만 원을 합친 것이다.

그나마 이 정도 처우도 지난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 진압 도중 소방관 6명이 한꺼번에 숨진 사건 뒤에 개선된 것이다. 당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는 2만 원이던 위험수당을 점차 올려 2002년 3만 원, 2008년 5만 원에 이르렀다.

화재진압수당도 2001년 4만 원에서 8만 원으로 2배 인상했지만 그 뒤로는 10년째 제 자리 걸음이다.

그 누구도 자신들이 다치거나 숨졌을 때 지켜주지 못한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대부분 소방관들은 생명보험과 상해보험 등을 개인적으로 가입하고 화재 현장에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예산에 국가 지원 넉넉해야

열악한 지방소방재정에 특히 국가 지원이 부족하다는 게 소방관들의 목소리다. 국가 지원이 부족하다보니 지방자치단체들은 매년 '허리띠 졸라매기' 식으로 소방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인천도 예외가 아니다.

인천지역 소방예산은 올해 1천401억 원 정도인데 국고 보조금은 겨우 3.4%(47억 9천만 원) 밖에 안 된다.

재난사고가 복잡 다변화하면서 소방업무의 범위도 그 만큼 확대됐다.

소방사무 또한 국가와 지방이 공동으로 처리, 업무가 중복되고 있다. 지자체와 일선 소방관들은 소방사무가 국가와 지방사무인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소방재원을 국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소방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국가에서 조치를 해야 하지만 소방관들이 출동을 나가는 게 현실"이라며 "그렇다고 국가가 그만큼 소방행정에 예산 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소방행정 국비지원율은 평균 67.7%이다.

프랑스의 국비 지원율은 무려 78.4%에 달하고 지방자치제가 정착된 일본(15.9%)과 미국(17.7%)도 적지 않은 국비를 지방소방행정에 쏟고 있다.

이러한 소방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소방재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몇 년 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원유철(한·평택갑) 국회의원은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는 소방업무에 대한 중앙정부의 평균 재정지원은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인력난이 심화돼 소방공무원은 24시간 2교대 근무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부족한 소방인력 확충과 노후한 장비 및 시설 개선을 위해 지방소방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담은 '지방소방재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범준기자 parkbj2@i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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