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감흥 넘쳐나는 古都
   
▲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산마르코 광장은 동서양 건축의 융합이 운하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앞의 두 기둥은 무역선의 바닷길을 안내한 것이다.


<3부> 실크로드의 종착역 이탈리아

2.베네치아 - 해상 네트워크 구축으로 동서양을 융합하다

우리가 흔히 '베니스(Venice)'라고 부르는 베네치아는 육지에서 4㎞ 떨어진 바다 위에 조성된 도시다.

118개의 섬들이 약 400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는데, 도심의 중앙은 S자형의 대운하가 지나가고 좌우로는 작은 수로가 그물처럼 빼곡히 이어져 있다.

베네치아는 운하가 길이고 선박이 교통수단인 '물의 도시'다.

운하 곳곳을 내달리는 수상택시인 보트와 서너 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수로를 유람하는 곤돌라 행렬이 오늘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를 작곡한 비발디가 태어나고 활동한 곳. 바그너, 로시니, 베르디 등이 쓴 오페라가 최초로 울려 퍼진 곳. 세계적인 문호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이 탄생된 곳.
 

   
▲ 산마르코 광장 종탑에서 바라본 베네치아 전경. 주황색 건물과 푸른 바다, 진줏빛 물보라를 일으키는 수상택시가 어우러진 베네치아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음악 같은 곳이다. /베네치아(이탈리아)=남창섭기자 csnam@itimes.co.kr


베네치아는 외형적인 아름다움만 아니라 이처럼 예술적인 감흥이 넘쳐나는 도시다.

그래서 오늘도 베네치아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순수하고 영원한 것에 대한 동경과 삶의 찌든 때를 벗고 싶은 사람들이 저마다 바다위의 도시 베네치아를 찾아온다.

바다 위의 종착역 산타루치아에 선다. 쏟아지는 은빛 햇살이 운하의 잔물결 위를 진주처럼 구르고, 고딕과 비잔틴이 빚어내는 향기가 하늘에 가득한 동화 같은 도시. 베네치아는 근심도 가난도 고독함도 치유한다. 시공을 벗어난 자유와 해방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의 베네치아는 불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5세기까지만 해도 이곳은 바닷물만 드나드는 개펄뿐인 곳이었다.

그런데 북쪽 이민족의 침입에 쫓겨난 베네치아족이 이곳 개펄 위에 취락을 형성한다.

낭만의 도시 베네치아의 시작은 그것만큼 아픈 역사가 스며있다.

이러한 까닭에 베네치아는 결속력이 강하다. 단결된 집단의식은 베네치아를 급속하게 발전시킨다.

소금과 생선의 공동 판매를 통해 최고의 이익을 창출하고, 그 결과 중세 최대의 경제도시로 성장한다.

베네치아의 발전은 15세기경 절정기에 달하는데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동서교역의 최대 중심항구로 입지를 굳힌다.
 

   
▲ 베네치아의 명물 리알또 다리 풍광. 베네치아의 운하는 모두 리알또 다리로 연결된다.


베네치아의 경제력이 막강한 까닭도 있지만, 입지적 조건 또한 동방의 비잔틴 국가들과 근접해 있었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의 도시들은 수로와 해로를 통한 수송을 중시했다.

육상수송에 비해 비용이 저렴했기 때문인데 특히, 국제간 교역에서 대규모 상품수송은 대부분 해로를 통해 이뤄졌다.

그러자 자연히 베네치아, 제노바, 바르셀로나 등 항구도시가 교역을 주도하게 되었고, 당시 최고의 수송 인프라를 갖춘 베네치아가 우위를 선점한다.

베네치아는 최초로 정기 수송단 제도를 만들어 교역상품에서부터 선단 운행 규모와 시기, 운행 장소와 비용 등에 이르기까지 상품수송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시행했다.

안전하고 빠른 갤리선은 향신료 같은 고가품을, 커다란 범선은 면화, 포도주 등 대중적인 상품수송에 배정되었다.

이러한 정기수송단 제도는 운행이 안전하고 규칙적이었기에 베네치아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 산마르코 광장에 있는 플로리안 노천카페.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곳인 동시에 가장 비싼 카페이기도 하다. 카사노바가 즐겨 찾았던 곳이다.


그 결과, 시민들도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얻는다.

향신료, 면화 등과 같은 상품거래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였기 때문이다.

베네치아의 정기 선단은 지중해는 물론 흑해와 대서양 곳곳의 항구도시에도 기항했다.

베네치아의 정기 선단이 기항하는 곳은 중요한 항구도시로 부상하였기에 중소 항구도시는 이들의 선단이 기항할 수 있도록 각종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하여 면화 선단이 귀향하는 12월이 되면 일 년 중 가장 큰 시장이 열리며, 이 시기 베네치아는 유럽 전역에서 온 상인들로 넘쳐났다.

베네치아가 해상무역의 강국이 된 것은 상품과 인력 수송만으로 된 것이 아니다.

그들이 마련해 놓은 해상 네트워크를 통하여 소식과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 전달하고 이를 잘 활용한 것에 있다. 소식과 정보는 상품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정보수집과 전달은 더욱 중시될 수밖에 없다.

정확한 정보의 신속한 전달이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었다.

상품은 한 달에 한두 번 도착되더라도 정보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도착되어야만 했다.

베네치아의 해상 네트워크는 상품수송의 최적 수단이기도 하지만 현지의 주재원이나 동업자들과 정보를 교환하는데 있어서도 최고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또한, 베네치아의 해상 네트워크는 유사시 동지중해에 식민지나 거류지를 관리하는데도 유용하였다.

이는 긴박한 정세변화에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조처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었다.

베네치아 선단은 유럽의 바다를 오가며 정치, 경제, 군사 등 다양한 정보와 소식을 각종 상품과 함께 베네치아로 실어 날랐다.

광범위한 해상 네트워크는 베네치아를 유럽 중세 말기, 정보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정보의 중심지가 경제의 중심지이고 정치대국임을 15세기 베네치아가 증명해주고 있다.

인천은 동북아 허브를 지향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항구도시다.

또한, 베네치아와 같은 송도경제자유구역이 있다.

지정학적으로도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이 이웃하고 떠오르는 시장 동남아시아가 있다.

아울러, 태평양을 횡단하는 교역의 중계지로서도 의미가 크다.

이를 고려할 때, 한국의 경제수도로서도 흠잡을 것이 없다. 하지만 이는 아직 이론일 뿐이다.

인천이 동북아 허브도시로서 경제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베네치아가 그랬던 것처럼 전방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의 활용을 위해 시민 모두가 합심 노력해야 한다.

더 크고 강한 한국을 만드는데 정부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전 세계인이 첫 번째로 꼽는 낭만의 도시 베네치아는 그 도시를 지키고자 한 수많은 베네치아인들의 절절한 피와 땀이 만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로 하여금 개펄에 주저앉을 수 없는 절박함이 오늘의 베네치아를 만든 것이다.

이제 우리도 우리가, 아니 우리나라가 살기 위해 함께 손을 잡아야만 한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절박감이 뼛속에 사무쳐야 한다.

그리하여 시간이 없음을, 팔 걷어붙이고 뛰어야 함을 너와 내가 진실로 알아야만 한다.



'베니스의 상인'과 유대 자본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베니스의 상인'은 베네치아가 지중해를 장악하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의 상업세계를 파헤친 작품이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가 친구 바사니오의 청혼을 도와주기 위해 자신의 배를 담보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으로부터 돈을 빌린다.

기일 내에 안토니오의 배가 도착하지 못하자 샤일록은 약속대로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요구한다.

이에 바사니오의 약혼녀인 포샤가 재판관으로 위장하여 "살은 주되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고 선언함으로써 샤일록은 패소하고, 안토니오의 배도 무사히 귀환한다.

오늘날 유대인은 전 세계의 자본을 움직이는 핵심이다.

이처럼 유대인이 핵심이 되기까지는 디아스포라라고 일컫는 이산의 고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 세계로 흩어진 그들이 현실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발휘한 의지와 지혜, 그리고 단결이 오늘의 유대인을 만든 것이다.

비천한 일자리서부터 이교도와 접촉이 불가피했던 국제교역과 의학 등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가리지 않고 도전했다.

그 결과 고리대금업, 무역업, 금융업, 보석상 등 유대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성장시켰다.


이러한 유대인의 발전은 기독교도들의 반발심을 불러왔다.

'베니스의 상인'은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의 음흉함을 내세워 반유대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당시의 유럽 세계가 유대 상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인천일보-인하대 실크로드탐사취재팀

/남창섭기자 csnam@itimes.co.kr

/허우범 인하대 홍보팀장 appolo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