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철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 황규철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이"앞으로 구호활동과 더불어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좀 더 세밀하고 구체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계획을 밝히고 있다./박영권기자pyk@itimes.co.kr


지진이나 홍수, 화재 등 자연재해로 고통 받는 사람들 곁엔 늘 볼 수 있는 게 있다.

하얀색 바탕에 빨간 십자가. 자원봉사구호단체인 적십자를 상징하는 표시다.

대한적십자엔 전국 14개 시·도에서 자원봉사자 8만여 명, 청소년적십자(RCY) 학생 22만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인천에서도 4천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황규철 제13대 회장을 새롭게 맞았다. 그는 좀 더 지역을 위한 인천적십자를 위해 노력할 뜻을 내비쳤다.


▲재난구호를 넘어 소외계층에 다가가기

"다른 어떤 자리보다 고귀하고 책임감 있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황 회장은 신중하게 첫 마디를 내뱉었다. 한 건설회사의 대표이사, 대한건설협회 인천시회장,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분과위원장을 맡아 온 그다. 하지만 이번 인천적십자사 회장은 또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그동안 지역에서 큰 덕망을 얻던 분들이 지낸 자리로 알고 있습니다. 막연히 '언젠간 나도 저런 훌륭한 일을 해 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로 그 꿈이 이뤄질 줄은 몰랐어요. 개인적으론 영광이지만 좋은 단체를 잘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는 3년 전 신문기사로 인천적십자와 처음으로 만났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따뜻한 손길을 기다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각종 봉사와 후원을 해 왔던 그는 나눔 활동의 일환이라 생각하고 적십자와 인연을 맺었다. 1년 전부턴 상임위원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적십자는 재난구호·봉사활동의 대표적 기관입니다. 뜻하지 않은 재해로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서비스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천은 전국 6개 지역에 있는 적십자병원 중 하나가 있는 곳이지요. 수익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최상의 의료봉사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같은 적십자의 오랜 구호활동과 더불어 지역민들에게 좀 더 밀착한 나눔을 접목시키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큰 재해에 맞춘 대규모 지원 사업이 아니라 가까운 이웃들에게 눈과 귀를 기울인 좀 더 세밀하고 구체적인 지원을 하겠단 계획이다.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를 더 강화했으면 합니다.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등 바로 우리 옆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돕는 것이지요. 적십자가 오랜 기간 동안 축적해 온 봉사 시스템이나 구호차량, 밥차 등 확보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볼 겁니다."

 

   
▲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원들이 지난달 1일 연수구 무료급식소에서'저소득 취약계층 겨울나기 사랑의 김장 나눔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열고 있다.


▲어릴 때부터 봉사 습관화해야

황 회장은 봉사란 '특별한 게'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30년 가까이 건설업계에서 사회생활을 해 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설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단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난 2006년 건설협회장이 됐을 때 이런 인식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문화활동이나 봉사, 기부활동 등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그는 6년 전 인천연탄은행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겨울이면 연탄나눔 행사를 치르고 있다. 운동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을 위한 '꿈나무 육성', 불우이웃돕기 시민음악회도 꾸준히 진행했다. 지난 2009년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처음엔 어떤 의도를 가지고 나눔 활동에 뛰어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활동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현장에서 만나는 자원봉사자분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큽니다. 자신보단 남을 위해 묵묵히, 하지만 넘치는 열정으로 가득 찬 분들을 보면 많은 교훈을 얻습니다."

황 회장은 나눔에 대해 생각하고 체득할 수 있는 교육이 어릴 때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부나 봉사라고 하면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면'이라고 무언가 이룬 다음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경험상 그때가 되면 더 하기 어렵습니다. 익숙하지 않으니 하는 방법도 잘 모르겠고 쑥스럽기도 한 거죠. 어릴 때부터 자신이 가진 범위 내에서 작은 실천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훌륭하다는 걸 가르치는 게 중요합니다. 최근엔 '재능기부'처럼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있죠."

황 회장은 임기 3년동안 또 다른 과제를 푼 다는 생각으로 일할 계획이다.

"건설계처럼 적십자에 대한 오해도 있단 걸 알았습니다. 북한 지원에 대한 것입니다. 순수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만큼 그건 불가능합니다. 저희가 시민들에게 더 다가가고 시민 참여를 이끌어 내면 자연히 없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어진 시간동안 사회에서 하는 마지막 봉사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심영주기자 yjshim@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