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서자 인천-'인천 근대개항 거리축제'논란시민단체 등"강제개항 기념하는 꼴"비판중구"지역 활성화 행사일 뿐"반박

인천 개항을 주제로 인천 중구가 마련한 거리축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세기(1883년) 일제에 의한 강압적인 개항이었음에도 이를 즐거운 축제로만 구성한 중구청의 '개념 없는' 역사의식 때문이다.
<관련기사 18면>
중구가 오는 14일과 15일 여는 축제는 '인천 근대개항 거리축제'로 이름 붙여졌다. 개항 128주년을 기념하며 시민 3만명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과거 개항을 즈음해 은행·우체국 등이 들어선 중구 제물량로 일대가 무대다. 행사 동안 제물량로는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된다.
축제 세부행사는 즐길거리 일색으로 짜여졌다.
장터와 노래·춤 경연대회, 페이스페인팅, 네일아트, 전통놀이 체험행사 등이 이틀 동안 이어진다. 밸리댄스와 중국기예단, 전용무용 공연 등도 예정돼 있다.
중구는 지난 9일 인천 군수·구청장 협의회에서 다른 구청들에 홈페이지·전광판·현수막 홍보를 요청하기도 했다.
인천 근대개항을 주제로 한 역사탐방이나 관광 거점 등은 많지만 축제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883년 인천 근대개항은 앞서 1875년 강화 '운요호(雲揚號)' 사건에서 1910년 한·일합방으로 이어진 제국주의 일본의 조선침략 과정 한복판에 자리한 '사건'이었다.
일본은 1882년 8월 당시 조선에 일방적으로 개항을 통보하고 이듬해인 1883년 1월부터 사람과 물자를 들이기 시작했다. 인천항 개항을 '제국의 위업'으로 칭송하기도 했다.
조우성 인천시사편찬위원은 "기초지자체가 시민을 위한 축제를 여는 건 십분 이해하지만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아픈 과거인 인천항 개항을 갖고 축제를 벌인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03년 9월 논란 속에 철거된 '개항 100주년 기념탑' 철거에 빗댄 지적도 나왔다.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장금석 사무처장은 "주최 측의 역사의식 수준이 의심된다"며 "2003년 시민 요구로 허물어진 개항 기념탑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처사"라고 했다.
개항 100주년 기념탑은 인천시가 1983년 11억원을 들여 세운 시설로 시민사회의 줄기찬 비판에 20년만에 전면 철거됐다.
중구는 이같은 우려에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구 관계자는 "침체된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차원의 행사"라며 "축제가 역사성을 훼손한다는 건 지나친 지적이라고 본다. 그런 식이라면 중구에 있는 개항 당시 건축물은 다 철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노승환기자 berita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