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한의학이 희망이다

인천에서 처음 추진되는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3월과 4월 인천 각 보건소 별로 심사를 거쳐 추려진 치료대상자 100명이 최근 난임치료에 들어갔다.
사업 주관기관인 인천시 한의사회 소속 32개 한의원이 3~18명씩 나눠 난임여성들을 치료한다.
100명의 평균 나이는 35.4세. 대부분 '노산'으로 분류되는 여성들이다. 유산이나 인공·체외시술을 경험한 여성도 대다수다.
양방의 대표적인 난임치료법인 체외수정과 인공수정은 성공률이 최대 30%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한방 난임치료는 양방에 비해 임상효과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여성의 체질이나 몸 상태 등에 대한 진단으로부터 난임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다는 점에선 인공·체외수정과 큰 차별성을 갖는다. 이번 한방 난임치료가 주목받는 이유다. 치료를 시작한 여성들의 사례를 따라가봤다.


사례 1. 저체중 마른 체형

박명순(40·가명)씨는 올해로 결혼 14년째다. 결혼 후 줄곧 임신을 시도해왔지만 아직까지 성과를 못 보고 있다.
특별히 몸이 아프거나 안 좋은 것도 아니고 병원 검사결과 난자가 자궁으로 나오는 난관에도 이상이 없었다. 유산경험도 없었고 남편도 몸 상태나 정자의 활동력 등에도 문제가 없다고 진단받았다.
간절히 아이 갖기를 원했던 박 씨는 하지만 병원에서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 시술을 받지는 않았다. 본인과 아기의 건강을 위해 되도록 자연임신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방 진단 결과 박 씨의 난임원인은 '기혈(氣血) 부족'인 것으로 추정됐다. 살이 없고 몸이 말랐기 때문이었다. 165㎝ 키에 체중이 45㎏ 밖에 나가지 않는 박 씨는 체지방 지수가 표준범위인 9.0~14.4보다 낮았다.
몸에 지방이 없다는 건 세포를 증식시키는 힘이 떨어지는 것이고 결국 임신도 쉽지 않다는 게 한의학적 진단이다.
지난달 중순 난임치료를 시작한 박 씨는 1차로 기와 혈을 보충하는 치료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총 8번의 치료를 받았다.


사례 2. 자궁내막증 환자

김지숙(42·가명)씨는 주부로 역시 결혼 12년째 아이를 갖지 못하고 있다. 박 씨의 경우와는 달리 김 씨는 결혼생활 동안 자연유산을 네 번이나 경험했다. 유산 뿐 아니라 체외수정도 10번이나 시도했다.
자궁의 힘이 많이 떨어졌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씨의 난임원인은 자궁내막증이었다. 자궁내막증이란 자궁 안을 감싸고 있는 막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자궁 벽에만 있어야 할 막이 난관이나 난소, 또는 자궁 바깥 쪽까지 퍼져나가 생리 때 심한 통증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이 병을 앓게 되면 자궁내막이 두꺼워져 생리혈이 많아지는 증세도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자궁의 환경을 임신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드는 질환이다. 많은 난임여성들이 앓고 있고 치료도 쉽지 않다.
한방에선 자궁내막증의 원인을 자궁을 비롯해 여성의 몸 전체에 '어혈(瘀血)'로 보고 있다. 어혈은 쉽게 말해 피의 흐름이 막혀 있는 상태다.
김 씨는 현재 막힌 혈을 뚫어주기 위한 침·뜸·한약 치료를 받고 있다. 4월 중순부터 총 6번의 치료를 받았다.


사례 3. 불규칙한 배란

최선정(36·가명)씨는 결혼 7년 차 주부다. 결혼 후 1년 동안엔 아기를 갖지 않다가 이후 임신을 시도했는데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키 150㎝로 작은 편이고 체중도 46㎏로 적게 나간다.
최 씨의 경우는 특별한 질환이나 유산 등 난임을 일으킬 수 있는 외부적 요인이 없는 상태였다. 한 번의 인공수정과 세 번의 체외수정 시술을 받았다.
문제는 불규칙한 배란이었다. 불규칙한 배란이 임신을 어렵게 하는 건 가임기간을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가임기간은 월경 예정일의 14일 전인 날부터 짧게는 3일 길게는 7일까지다.
남녀가 이 기간에 성관계를 가져야 임신 가능성이 높은데 맞추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결혼생활이 오래되거나 부부의 나이가 많아지면 성관계 자체가 줄기 때문에 임신 가능성은 더 떨어진다. 불규칙한 배란은 생리통을 심하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한방에서 불규칙한 배란주기는 기혈순환이 잘 안 되거나 스트레스가 큰 게 원인으로 꼽힌다. 최 씨는 일단 순환을 좋게 하고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치료를 받고 있다.
인천시 한의사회의 난임치료는 오는 7월 중순까지 3개월이 집중치료 기간이다. 한의사회는 집중치료를 통해 임신에 성공하거나 그러지 못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후 중·장기적인 추적관리를 계획하고 있다.


▲ 치료 전 꾸준한 성관계 노력해야

임신을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1차적 성공요인이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남녀가 임신을 시도하면 그 기간이 길수록 확률이 올라가게 돼있다. 1년 간 피임 없이 꾸준히 성관계를 가질 경우 임신에 성공할 확률은 85%로 알려져 있다.
6개월이면 72%, 3개월이면 57%, 한 달이면 20~25%의 임신 성공률이 나타난다.
성관계 횟수에 따른 정상적인 성인남녀의 임신 성공률은 1주일에 네 번 이상일 때엔 83%까지 올라가지만 1주일에 한 번 이하 꼴일 땐 16%로 크게 떨어진다.
여성의 임신 능력은 안그래도 나이를 먹을수록 급격히 줄어든다. 정상적인 성관계를 가정할 때 불임률은 16~20세 때엔 4.5%로 거의 0에 가깝다.
한의학에서 '노산'이라 분류하는 35~40세에는 불임률이 31.8%, 40~45세엔 70%로 올라가고 45세가 넘으면 거의 임신 가능성이 거의 없게 된다.
난임여성의 경우 나이가 많을수록 부부관계를 성실하게 하는 게 그나마 낮은 임신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첩경이다.
남자의 경우에도 1주일에 2~3회 정도는 성관계를 해야 정자의 활동력이 가장 왕성하고 상태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노승환기자 berita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