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굴·슈퍼다시마 청정수역천연기념물 물범들도 노닐고외지인 발길 끄는 천혜의 자연
   
▲ 비행기가 이착륙 할 수 있을 만큼 갯벌이 단단한 백령도 사곶해변에서 관광객들이 절경에 취해있다. /본보 자료사진(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천안함 사건에 이어 연평도 포격 사태가 터지면서 가장 크게 생채기가 난 곳은 인천 서해5도다.

천혜의 자연에 둘러싸인 한가로운 섬 관광지 이면서도 팽팽한 긴장과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땅. 북한의 기습 도발로 연평도에서 2명의 군인과 2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으면서 서해5도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게 아니냐는 여론이 팽배했다.

결국 무인도가 돼 분쟁수역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개를 치들었다. 하지만 서해5도를 잃는 것이야 말로 북한이 바라는 바이며 그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정부가 특단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서해5도는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강화군)를 묶어 말한다.

이 섬들은 원래 황해도 옹진군과 벽성군, 장연군 등에 속해 있다가 38선을 정점으로 한국이 분단되면서 분단선 남쪽이던 옹진군 지역이 대한민국 경기도 관할로 들어오게 됐다. 이후 서해5도와 옹진반도 지역이 옹진군으로 통합됐다.

한국 전쟁 때 북에 점령됐었지만 인천상륙작전 후 대한민국이 다시 수복해 서해5도는 남한이 실효 지배하고 있다. 해병대가 상시 주둔하고 있으며 북측의 공격 등 유사시에는 5도 주민에게도 화기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1953년 마크 웨인 클라크 국제 연합군 총사령관이 이 서해5도를 남측으로 가르는 북방한계선(NLL)을 설정한 이후 1972년까지 북한도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1973년 들어 북한이 느닷없이 서해5도 주변 수역을 영해라고 주장하며 긴장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 수역을 항행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하기도 했고 여러차례 북방한계선을 넘어와 대한민국의 함정과 충돌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제1연평해전 발생 후 1999년 9월엔 북한이 서해5도를 자신의 영토로 포함하는 NLL을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 한쌍의 백령도 점박이 물범이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군사 전략적 요충지

북한이 서해5도 주변 수역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데는 군사전략적으로 치명적인 곳이 될 수 있어서다.

우리가 서해5도를 요새화 한다면 국군의 첨단 무기로 북한의 황해남·북도는 물론 평양까지 위협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선 뻥 뚫린 옆구리인 셈이다.

북한이 남침할 때도 서해5도는 대한민국의 1차 방어선이 된다.

북한이 서해5도를 차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NLL이 무력화되고 남침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이다. 북한 해군·공군의 활동 반경이 확대돼 대한민국의 안보에 큰 위협 요인이 된다.

백령도·대청도 남쪽 후방까지 북한 해군 함정이 공공연히 들어올 수 있다.

또 중국 등으로 향하는 항행 통로가 막히면서 인천항의 물류 기능이 직격타를 받는다.

안보는 물론 경제 차원에도 파장이 미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해외 물동량의 상당 부분을 처리할 뿐만 아니라 수도권으로 향하는 해상 항로의 핵심 관문인 인천항으로 향하는 뱃길이 북한 해군 함정의 활동 공간에 그대로 노출된다.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일부 항공로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크다.

서해5도는 이런 차원에서 한치의 양보도 허용할 수 없는 곳이다.


8천300명 삶의 터전

분단국가로 서해5도가 지리적으로 군사요지라 해도 무엇보다 이 섬들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인천시민들이 삶을 영위하는 터전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우도를 제외한 연평도,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엔 8천300여명의 인구가 생활하고 있다.

농업과 어업에 주로 종사하지만 음식업, 숙박업, 상업을 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천혜의 자연을 보러 서해5도를 찾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관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 일기 전 지난해 이 섬들을 다녀간 관광객은 2만3천900명.

인천시와 옹진군이 추진한 섬 관광사업으로 서해5도 관광은 절정에 이르던 중이었다.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백령도다.

천연기념물 사곶해변과 형형색색의 둥근자갈을 밟는 것 만으로도 신비한 경험이 된다는 콩돌해안은 백령도의 자랑거리다.

물범이 집단 서식하고 있는 물범바위도 백령도에서만 볼 수 있는 천연기념물이다.

연평도는 낙조가 아름다워 사진촬영 대회가 자주 열리는 빠삐용 절벽과 기암괴석과 흰 자갈·고운 모래가 함께 펼쳐져 있는 구리동 해변 등의 관광명소가 있다.

연평도 특산품으로는 청정수역의 꽃게와 자연산 굴, 잎이 두꺼운 슈퍼다시마 등이 있다.


상처받은 서해5도

"인체의 중심은 심장이나 머리가 아닙니다. 가장 아픈 곳이죠. 지금 저에게 중심은 상처받은 서해5도 입니다."

연평도 도발 이후 백령도를 찾은 송영길 인천시장은 서해5도를 이대로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북한의 기습 포격으로 한순간에 긴장과 위협의 섬으로 전락한 곳들을 평화의 섬으로 재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서해5도 복구 방안으로 주민 지원책을 담은 '서해5도 지원 특별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의결됐다.

주요 내용은 ▲안전한 정주 여건 조성 ▲주변 해양 이용과 개발 방안 ▲교육, 보건 등 생활환경 개선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 ▲육지왕래 및 생활필수품 유통·공급 방안 ▲주민의 안전확보 대책 등이 골자다.
특히 각종 사업비 지원과 국고보조율 인상, 조세 부담금 감면, 노후주택개량 지원, 정주생활지원금 지급, 초·중·고 수업료 감면 등 각종 지원 및 특례 규정을 명시했다.

/장지혜기자 jjh@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