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투고 ▧ 이대우 GM대우자동차비정규직 조합원
   
 

지난 25일은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GM대우 부평공장 서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지 1천일이 되는 날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비정규직 투쟁은 장기투쟁'이라는 말이 불문율이 돼 버린 상황에서 지난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쓴다는 것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GM대우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2003년 이후의 일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기업에 다닌다는 나름대로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자부심도 잠시일 뿐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조금씩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똑같은 작업복을 입고 마주보며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들과는 달리 단지 명찰색깔이 다른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손에 쥐는 월급봉투가 다르고, 병원을 가기 위해 연월차를 쓰거나, 하다못해 밥 먹고 화장실 갈 때도 관리자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현실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불합리한 현실과 차별에 비정규직노동자들은 2007년 9월2일 GM대우차 비정규직지회를 만들었다. 노조 설립 이후의 시간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노조설립 열흘만에 주요간부들이 공장 밖으로 쫓겨났다. 그 달 말에는 조합원들이 많이 소속돼 있는 하청업체 두곳을 폐업시키면서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의 강도를 높였다.

무자비한 해고와 노동조합 탄압,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알리려고 시작한 것이 천막농성이었다. 길어야 일주일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천막농성은 어느덧 1천일이 넘어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GM대우 비정규직노동자들은 1천일 동안 농성중에 135일간의 송전탑 고공농성도 했고, 단식농성도 해봤다. 한겨울 마포대교에서 고공시위를 하다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세상에 알리려고 한강에 몸을 던진 조합원도 있었고 단식농성 중에 딸아이 돌잔치를 치른 조합원도 있었다.

그러던 중, 2008년말 세계경제위기가 진행되면서 GM본사가 파산하고, GM대우의 미래가 불안정한 상황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 부담은 이번에도 약자일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노동자에게 돌려졌다. 현재 다소나마 안정된 GM대우의 상황은 1천여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순환무급휴직과 하청업체 폐업으로 또다시 공장에서 쫓겨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며칠 정부가 대기업들의 막대한 영업이익이 하청업체를 포함한 협력업체들의 영업이익과 격차가 너무 크다며 부당거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조치에 '늦었지만 쌍수들어 환영한다'라고 말하기에는 1천일이라는 시간 동안 천막에서 외롭게 싸워왔던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 GM대우 비정규직노동자들의 1천일은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싸움의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