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의 8일 선거법 처리과정에서 자민련이 모처럼 캐스팅 보트 역할을 수행하면서 「제3당의 힘」을 과시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안이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에서 본회의를 통과한 1인1표제 유지안, 의원정수 26명 감축안 등은 모두 자민련의 당론과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자민련은 이날 표결과정에서 공동여당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의원정수 축소에 관해서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고, 반대로 1인1표제는 한나라당안을 지지하는 등 중립적 자세의 독자행보를 보였다.

 자민련이 의원정수 축소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제출한 26명 감축안을 지지한 이유는 획정위안과 동일한 민주당안을 지지함으로써 「군살빼기」를 원하는 국민여론에 부응했다는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민주당이 줄기차게 요구한 1인2표제 대신 한나라당의 1인1표제를 받아들인 것은 1인2표제가 정당 지지도가 낮은 자민련에 불리하기 때문에 현행 고수가 유리하다는 현실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자민련은 거듭된 3당 총무회담에도 불구, 선거법 합의처리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선거법 처리를 더이상 미룰 경우 국민들로부터 정치권 전체가 지탄을 받게 된다』면서 표결처리를 밀어붙였다.

 자민련 지도부는 이날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두차례 의원총회를 소집, 당론 관철을 지시하는 등 모처럼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독자행보에는 이날 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김종필 명예총재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명예총재는 이날 오후 귀국,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김현욱 사무총장을 비롯한 소속의원들과 만찬을 함께 하면서 당론에 따라 흔들림없이 표결에 임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자민련이 선거법 처리 과정에서 공동여당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내길」을 간 결과는 3당체제하에서 당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데 일조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