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에드윈·라이샤워(1910~1990) 교수는 하버드 대학에서 일본학 연구의 선구자였다.

역사는 물론 문학과 예술 등 다방면에 걸친 일본연구의 대가로 케네디 대통령은 그를 주일 미국대사(1961~1966년)로 임명했고 과거 어느 미국대사보다도 미·일 관계를 공고히 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외교관으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역할과 위상을 과대평가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바람에 그의 학문적 업적이 한국에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일본여성과 결혼한 라이샤워 교수가 가장 좋아했던 일본지방은 야마가타 지역이었다. "현대화되고 있는 일본이 과거의 전통과 자연미를 점차로 상실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야마가타 지방이야말로 일본의 아름다운 자연과 전통을 끝까지 지켜낼 곳"이라고 갈파했던 것이다. 라이샤워 교수가 하버드 대학에서 일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던 논문제목은 '자각대사'에 관한 것이었고 고승 자각대사가 남긴 입석사와 산사는 야마가타에 자리잡고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서 주일 미국대사로 임명된 라이샤워 교수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시점에서 두 나라 간의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미국과 일본의 동맹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안보와 번영을 가능케 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이같은 인연 때문인지 야마가타에서는 라이샤워 교수의 글을 비석으로 만들어 야마테라 암자가 마주 보이는 곳에 세워놓고 있었다. 하버드대 교수를 주일 미국대사로 임명했던 케네디 대통령의 안목과 용인술도 대단했지만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라이샤워 교수의 글월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기념비를 세우고 업적을 계속해서 추앙하고 흠모하는 야마가타 주민들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