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전용 소극장 '돌체'가 중구 경동 싸리재 골목길에서 문을 열던 때였다. 시립극단이 아직 창단되기 이전으로 불모지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소극장 운동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문화적 순교'와 같은 희생이 뒤따랐다.
그 무렵 '돌체' 무대에서는 최규호, 박상숙, 최영준, 김성찬, 봉두개, 오광석 같은 열혈 전사(戰士)들이 자신들의 세계를 펼쳐나가고 있었다. 최규호 씨가 연출한 '고도를 기다리며'는 지금도 장면,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그제나 이제나 연극인이 연극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호화 뮤지컬에의 쏠림 현상은 순수 연극이 설 자리를 위협하고 일각에서는 관객에 영합하는 볼썽사나운 해프닝까지 벌어진다.
순수 소극장 운동을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었고, 그 대안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 바로 남구의 '작은 극장 돌체'였다. 인천에 '마임 문화'를 정착시킨 '돌체'에게 전문성을 구현해 보라는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에 '남구 학산소극장'은 지역민과의 교류의 장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초창기 운영 방침이었는데, 어느 결에 '작은 극장 돌체'가 지역민과의 교류에 등한히 했다며 위탁운영자를 하루 아침에 바꿔버렸다는 보도이다.
전문적 노하우가 없는 문화원이 '남구 학산소극장', '영화공간 주안' 그리고 '작은 극장 돌체' 등을 한꺼번에 운영할 수 있는가도 의문이지만, 시중에 나도는 이런저런 풍문처럼 그것이 '정치적인 결정'이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사회 '문화 권력들'의 행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요즈음이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