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작년 이맘때쯤 전국체육대회에서 11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둔 인천체육은 초상집을 방불케 했다. 많은 체육관계자들은 고개를 떨어뜨렸고 절치부심했다. 1년 뒤인 지난 10월 대전 전국체전에서 인천체육은 종합 7위, 사상 최고득점, 역대 최다메달 획득, 최다신기록 수립 등 풍성한 진기록을 낳으며 지난해의 부진을 말끔히 씻었다.
전국체전에 출전했던 임원과 선수들은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귀향했고 각 기관으로부터 각종 포상과 격려를 받으며 즐거운 연말을 맞고 있다. 이달 들어 연이어 열리는 각 가맹경기단체별 송년회는 그야말로 '풍성함' 그 자체이다. 인천체육이 한껏 나래를 펼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자도 기분이 좋다.
지난 18세기 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이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데 있다"는 말은 현대스포츠에 있어서 의미가 퇴색하지 않았나 싶다. 쿠베르탱의 이 말은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정신, 바로 아마추어리즘의 숭고한 정신을 얘기했으나 엄연히 현대스포츠는 승패를 결정하고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갈린다.
스포츠는 반드시 결과가 있다. 선수는 자신의 흘린 땀만큼 결실을 얻고 이는 달콤한 승리의 열매로 돌아온다. 이 승리의 감격을 지켜보기 위해 대한민국은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너, 나 할 것없이 운동장과 거리를 붉은 물결로 수놓았고 올해 초 WBC에서는 나라 전체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최근에는 김연아의 환상적인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TV를 주시하게 했다.
스포츠가 갖는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스포츠의 한 경기, 한 장면에 국민들은 웃고, 울고 한다. 인천체육이 월드컵이나, 김연아와 같이 뜨거운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인천체육 현장을 지키는 수많은 선수들이 월드컵 축구국가대표나 WBC 야구대표, 김연아 못지않은 땀을 흘렸고 그 노력의 대가를 지난 전국체전에서 얻었다. 이들은 다만 현대스포츠 마케팅에서의 시장성과 대중들로부터 관심을 얻지 못할 뿐이다.
인천체육 관계자들은 전국체전이 끝난 후 풍족하진 않지만 종전에 볼 수 없던 다양한 형태의 격려를 통해 선수들의 노력을 보상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영광의 기록을 낳은 많은 선수들은 쏟아지는 격려를 받으면서도 학교나 집에 돌아가서 자신의 성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주변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인천체육이나 전국체전은 뛰는 선수와 임원들만의 잔치로 치부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인천은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러야 한다. 인천체육 사상 가장 성대한 잔치가 바로 눈앞에 있다. 인천체육도 이제는 전국체전 스타를 만들어가야 한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지역연고 선수가 메달을 딸 수 있게 적극 육성해야 한다.
인천체육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역연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스타는 경기장을 누비는 선수와 이를 지켜보는 스포츠팬들을 연결하는 매개체역할을 한다. 프랜차이즈 스타는 연고지역에서 출생했거나 오랜 기간 지역 팀에서 생활한 선수를 말한다. 지역의 팬들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면서 오랜 시절의 추억을 그리며 경기장을 찾고 진심어린 성원을 하게 된다.
최근 향토 프로야구단인 SK와이번스가 인천고 출신의 정경배와 동산고의 전준호를 영입했다. 이 역시도 지역 연고지 선수를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인천야구팬으로서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인천체육도 비인기종목이라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2014 아시아경기대회를 겨냥한 프랜차이즈 스타를 만드는 작업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한다.
시민들은 안방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를 지켜보면서 인천의 중·고교 때 성원을 보냈던 낯익은 스타플레이어가 경기장을 누비는 모습을 지켜보기를 바랄 것이다.
 
/백범진 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