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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방의 업무 중 급격히 증가한 것이 자살 기도자나 실종자를 찾아주는 위치 추적 업무일 것이다. 다른 업무와 달리 시간도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실종자를 찾아내는 성과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신고자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달랠 수 있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고 있다.

물론 위치 추적 신고는 위치 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2촌 이내의 친족으로 신고를 제한함은 물론 단순 가출 등은 신고에서 제외되며 허위 신고에 의한 행정처분(과태료 등)의 조항은 있지만 신고자의 다급한 심정과 안타까움이 앞서 대부분이 신고를 받으면 소방관들이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요즘 실종자 등의 위치 추적 요청을 보면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든다. 진정한 위치 추적은 정말 드물고 단순한 부부 싸움 끝에 자살하겠다고 가출하는 남편과 아내, 부모에게 혼났다고 집을 뛰쳐나가서는 자살하겠다고 하는 아들 딸, 자식과 재산 문제로 다투다 그만 삶을 정리하겠다고 집을 나가시는 부모님….

참으로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감정으로 상대방에 대해 상처를 주기 위한 우발성 자살 시도가 너무 많아진 느낌이 들어 출동하는 우리 소방관들의 마음 한 구석을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의 예를 들면, "승용차 안에 유서를 남기고 잠적한 남성을 찾는다" 라는 긴급한 위치 추적 요청이 접수됐다.

안산소방서에서는 전 직원을 비상소집하고 헬기 및 인명 구조견까지 동원해 차량이 발견된 인근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색을 했다. 물론 결과는 모처에서 "나는 잘 있으니 연락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전달돼 사태가 수습됐다.

또한 지난달에는 "안산시의 어느 야산에서 할아버지가 자살하겠다는 신고가 접수되었으니 현장으로 출동하라"는 지령을 받고 그 야산으로 출동한 적이 있었다. 긴급히 현장으로 출동해 현장 상황을 알아보니 "할아버지께서 둘째 아들이 말썽을 피워 너무 가슴이 아파 자기 소유의 야산에서 자살을 하겠다고 말하고 가출을 했다"는 것이었다.

우리 119안전센터는 구조대와 연계해 야산의 곳곳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할아버지를 찾지 못해 직원들이 안타까워 하던 중 다행이 할아버지와 휴대폰 연락이 됐다. 이후 할아버지를 2시간여 동안 설득 끝에 할아버지는 다시 한번 둘째 아들을 믿어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자택으로 귀가를 한다고 하여 실종자 수색을 마쳤다.

다음 날 할아버지로부터 소방대원들을 고생시켜 미안하다는 연락을 받고 자살 시도 해프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사람의 목숨이라는 것이 태어날 때는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결정되고, 죽음 또한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게 된다. 그렇지만 죽음은 생명의 시작과는 달리 자기 스스로 끝맺을 수 있다.

구급 대원들 역시 환자가 약물 복용 등으로 자살을 시도했다는 긴급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는 사례가 수없이 많은 것이 요즘 실태인 것을 보면 인명 경시 풍조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등지면 불효자라하여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스스로 자기 몸을 해하는 것은 부모가 주신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 하여 불효 중에 큰 불효라 하였는데 요즘 세태는 그렇지 않으니 가슴이 아플 따름이다.

어찌 자기 몸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랴.

희대의 살인자 강호순! 우연히 그런 살인자가 생긴 것이 아닐 것이다. '삶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해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오늘도 위치추적 업무에 임해 본다.


/신관철 안산소방서 월피119안전센터 소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