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 클로드·모네(1840~1926)만큼 일본과 친근한 화가는 드물 것이다. '해뜨는 인상'이라는 초기 작품으로 인상파라는 미술사적 용어를 만들어낸 모네는 일본을 사랑했고 일본인들 역시 화가 모네를 흠모했다. 모네의 중기 작품을 보면 에도시대 일본 민화의 일종인 우키요에(浮世繪)가 등장한다. 인상파 화가들에게 일본의 우키요에가 인기를 끌었고 화폭에도 자주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모네가 대표적이다.

화가로서 성공한 모네는 말년에 파리 서쪽 세느강변에 위치한 지베르니에 화실을 마련하고 개울이 흐르고 연못이 있는 정원을 가꾼다. 그곳에 일본식 나무다리를 만들고 연못을 배경으로 수련(睡蓮) 작품을 즐겨 그렸다. 지베르니 화실에서의 초기 수련은 화려한 색채에 구상적 기법이 돋보이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추상화적 기법의 수련이 등장한다.

지베르니에서의 수련작품에 일본인들은 열광했다. 일본식 다리가 멀리 보이는 연못 속의 수련은 일본인들의 정서와 미적 감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1920년대에 이미 쿠라시키(倉敷)의 부호 오하라(大原)씨는 화가 친구 고지마(兒島)를 통해서 수련 작품을 직접 구입하기도 했다. 일본의 미술관과 개인 소장만으로도 모네의 수련 작품은 수십점에 이를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나오시마 지중 미술관을 건축가 안도(安藤)씨와 함께 만든 베네세그룹의 후쿠다케(福武) 회장은 모네의 대형 수련을 1999년에 거액을 주고 사들였다. 건축가 안도씨는 인공조명이 아닌 자연광으로 모네의 수련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었다. 근 한 세기에 가까운 화가 모네와 일본인들의 예술을 통한 우정을 지중 미술관에서 한 단계 승화시키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