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일본의 대표적인 고도(古都)로 꼽히는 쿠라시키(倉敷)시의 명소는 커피관(館)이다. 1971년도에 개업한 커피관에서는 세계 각국의 명품 커피를 직수입하여 가공하고 여러 종류의 커피를 제공한다.

60년대 말 조선일보 파리 특파원으로 프랑스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타바(tabac)라고 불리우는 담배 가게였다. 파리 시내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타바에서는 물론 시골의 타바에서도 세계 각국의 담배 수백종을 팔고 있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의 모든 애연가들이 두세가지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여서 수백 가지의 담배를 팔고 있는 프랑스의 타바는 인상적일 수 밖에 없었다. 프랑스의 타바에서는 80년대 들어와 한국 교민과 한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대한민국 전매청'에서 만든 한국 담배까지 수입, 판매하기 시작했다.

타바뿐 아니라 프랑스의 술집이나 바에도 수백가지의 주류(酒類)를 비치해 놓고 판매한다. 슈퍼마켓의 커피나 홍차가 진열된 곳을 살펴보면 커피 종류만도 수십가지에 이르고 차(茶) 종류 역시 마찬가지다. 담배, 술, 커피 같은 기호품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가급적 다양한 제품을 갖추어 놓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실천하는데서 프랑스적 개성과 다양주의가 자리잡는다.

우리나라의 기호품 시장도 21세기 들어와 점차 다양화 되고 있다. 금연운동이 확산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수십가지의 담배를 애연가들이 선택할 수 있고 술 역시 마찬가지다. 미군(美軍) PX에서 나오는 커피를 시작으로 수십년간 한 회사가 독점적으로 생산해낸 커피 맛에 길들여진 입맛이 다양한 커피 홍수시대를 맞고 있다. 외국 계열 커피 체인점보다는 쿠라시키의 커피관 같은 토종 커피 브랜드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