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일본 오카야마현(岡山縣)에 위치한 쿠라시키(倉敷)시는 전통가옥과 문화시설이 잘 보존되고 있는 도시다. 에도(江戶) 시절부터 오카야마 일대 물산 집산지로 풍요로웠던 쿠라시키는 메이지(明治) 이후 방적공업과 금융업의 중심지가 되어 부유한 도시가 되었다. 지금도 섬유산업에 관계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쿠라시키 방적회사를 쿠라보(倉紡)로 기억하고 있다.

흰색으로 칠해진 옛 가옥들이 즐비하게 남아있어 '흰벽의 도시'로도 불리우는 쿠라시키에는 볼거리도 많지만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쿠라시키 여관이 대표적이다. 방 5개와 고급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소규모의 여관이지만 일본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손님들이 전통 일본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 여관의 지배인은 미모와 지성을 함께 갖춘 나카무라 리스코(中村律子) 여사로 능숙한 영어 실력에 붓글씨도 수준급이다. 나카무라 지배인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주일(駐日) 한국 대사 부부와 일행들이 숙박하면서 쿠라시키 일대를 둘러보았다고 한다.

규모는 작지만 전통 여관으로의 품격이 있기 때문에 일본을 음미하는 진지한 여행을 즐기는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다면서 몇 달 전에는 여관에 꼭 숙박해 보고 싶다는 젊은 한국인 부부에게 특별 요금을 적용한 적도 있다고 했다.

쿠라시키 여관은 몇해 전 주인이 은퇴하게 되어 폐업 직전에 있다가 히로시마(廣島)의 부동산 회사가 매입하여 경영하고 있다. 일본의 전통 여관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 나카무라 씨를 지배인으로 임명하고 수익 창출 보다는 회사의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우선하는 현장을 보면서 21세기 일본의 또 다른 측면이 부럽게만 느껴졌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